나무는 묵묵히 단단합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 있을 때에도 앙상한 가지만 남아 매서운 겨울 바람을 맞을 때에도. 그러다가도 봄이 되면 이런 혹독한 시절이 언제 있었냐는 듯 풍성한 나뭇잎들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보여줍니다.
바다도 그렇습니다. 바다는 거센 파도든 조약돌이든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모든 것을 품습니다. 몇 년전 한 마음 세미나에서 세미나 리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계속 간장 종지만하게 살아갈 건가요? 바다에 물감 한 방울 떨어뜨린다고 해서 영향이 있나요?’
나무와 바다는 나 자신과 타인의 불완전함까지 포용하는 깊은 지혜입니다. 나무와 바다를 바라보기 시작하니 사람들의 욕망이 보입니다. 과거에는 다른 이들의 욕구와 욕망이 마치 나를 향한 비난이나 원망처럼 들려 불편함으로 다가왔건만.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마음을 바라보니 그것들이 사실은 사람의 욕망과 기대, 바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 기대, 바람들. 그것을 생각하면 나나 다른사람들의 마음속에 들끓는 화가 서서히 연민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달까요.
그러면서 '다시 시작'의 기회를 마주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굴레를 끊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연결의 다리가 되어 주는 듯합니다, 이것을 ‘관용’이라고 말 할 수 있다면 이것은 우리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를 선물하는 가장 아름다운 씨앗일 것입니다.
업무 중 실수를 저질렀을 때, 얼굴도 모르는 관련자로부터 전화로 "괜찮다"는 따뜻한 한마디를 들었을 때의 위로와 안도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습니다. 반대로 "회사가 군대"라며 업무대기하지 않고 금요일 저녁 7시 30분에 퇴근했다고 개별행동을 제지하던 상사에게는 비난의 마음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가 회사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세월의 무게를 헤아리자 깊은 연민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는 군대를 졸업하지 못하고 20년 넘도록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본 순간,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관계가 다시 살아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관용은 상대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