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추석 연휴 동안 내 마음속에 일어난 일

by 거북이

모두가 설렘 가득한 고향으로 떠났던 한가위 명절 연휴. 나는 10여 일 내내 차가운 사무실에 남아 있었습니다. 끝없이 밀려드는 업무는 밤의 장막이 걷히는 줄도 모르게 나를 옥죄었고, 이따금 자정 직전에야 겨우 퇴근하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업무 시즌이라 추석 명절 동안 며칠 은 쉬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회사의 재정난이 심해진 지금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3년 내내 이 부서에서 근무해왔던 옆자리 직원은 3년을 통틀어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맡은 사회복지 분야의 예산 편성은 일의 분량이 많기로 소문이 난 자리였습니다. 그래서인지 6개월, 1년이면 직원이 바뀌는. 다른 동료들이 나보다 더 일찍 사무실을 나서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숨 가쁜 산행 중에도 잠시 쉴 틈 없이 계속 정상을 향해 올라야 하는 고독한 등산가 같다는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왜 나만 이래야 하나'라는 원망은 '내가 회사의 소모품인가? 이러니 아무도 이 자리에 안 오려고 하지. 꼭 외주 하청 업체 직원 같구나' 라며 나를 소속감이 아닌 자괴감과 소외감 속에 가두었습니다. 나는 견딜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고달픔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나는 왜 이토록 분노하고 있는가? 이 억울함의 근원은 대체 무엇인가?'


명절이 끝나고 모든 직원들이 모인 금요일. 끝이 보이지 않는 일 더미 속에 쩔쩔매며 끙끙대고 있을 때, 옆에 세 명의 직원이 도와달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며, 어쩌면 나는 나 스스로를 온전한 조직의 일원으로 존중하지 않고, 쓰고 버려지는 외부 하청업체 직원 취급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제야 비로소 연휴 동안 나를 온통 둘러쌌던 어둡고 차가운 공기 대신 따스한 온기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바쁜 나를 위해 시스템 입력에 도움을 주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서류의 오류를 찾아주던 동료들의 조용한 도움의 손길들이 이렇게 이어지는데.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이 혹독한 경험은 내게 '균형과 조화'라는 너무나 소중한 깨달음을 안겨주었습니다. 일에 헌신하는 와중에도, 따뜻한 가정의 품을 갈구하는 나의 평온한 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비록 울면서 끙끙거리면서 하고 있지만. 또한, 이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하려 했던 나의 태도 대신, 주변의 도움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원망과 분노 속에서 벗어나, 이제는 소중한 가치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과 땀이 필요하듯, 내 삶 또한 조화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귀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민족의 언어가 말살되던 일제 강점기, 한글로 시를 썼다는 이유로 스물아홉 꽃다운 나이에 후쿠오카 감옥에서 죽어가야 했습니다. 영화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의 배역을 맡은 배우는 "내가 피를 흘리지 않으면, (독립을 위해 피를 흘리며 죽어간)저들을 기억하지 못한단 말입니다!"라고 절규했습니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는 거대한 폭풍우를 견뎌낸 위대한 이들의 피땀과 눈물의 결정체입니다. 감히 이 위대한 이들과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 나의 작은 고난 또한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내 힘든 발걸음 하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삶과 연결되어, 어떤 의미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믿음이 비록 지금 고되지만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며 나아가게 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