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속에서 발견한 기회 그리고 관대함
올해 주말에는 일하는 날이 많아 아이와 함께 야외 근교로 콧바람 쐐는 것 조차도 힘들었습니다. 대신 시간이 되는 주말동안, 집에서 영화라도 함께 보자고 했습니다. 비록 웅장한 스크린과 달콤한 팝콘은 없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소소한 몇가지 재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여름동안 호러 영화를 두어편 정도 보았지만 야근 때 기억 날 것 같아 더이상 호러물은 안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신 유쾌한 코미디 영화로 보자고 했습니다.
그 중 ‘목스박’이라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줄거리도 단순하고 스타 배우들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서 속된말로 소위 ‘B급 병맛 영화’로 분류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뭔가 매력적입니다. 허술하고 이상하고 어이없는데도 여운이 남습니다.
조직폭력배 일원인 주인공들이 라이벌 조직폭력배를 피해 각각 목사, 스님으로 분장해 교회로, 절로 들어갑니다. 나중에 이들은 박수무당이 되고 마는 형사와 힘을 합해 라이벌 조직폭력배 조직을 검거하고 목사로 스님으로 박수무당으로 새로운 삶을 삽니다.
영화는 마음속 깊은 곳을 터치하며 질문합니다. ‘내 속에 나도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는데 그걸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삶이 진짜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맞긴 한 걸까?’
처음에 조직폭력배였던 이들이 경건하기까지 한 ‘목사’와 ‘스님’으로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에게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동시에 박수를 보내기도 합니다. 자기안에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끝부분쯤, 주인공 두 사람이 욕탕에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두 개의 등에는 문신이 가득합니다. 목사는 ‘당신은 알고 있나요? 주께서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라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면서 과거의 기억을 꺼냅니다. ‘어린시절, 투박한 남자의 외모와 달리 여자 같기도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주변에서 놀리고 말렸다’라고.
목욕탕 씬 이전에도 목사역의 주인공은 사람들 앞에서 ‘내게로 오라, 주께서 말씀하시니’ 등 두편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노래도 꽤 은혜스러워 일부러 SNS를 찾아서 듣기도 하고 있습니다. 음반으로는 나오지 않아, 실제 누가 노래를 부르고 만들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영화내용에 조직폭력배가 나오는 등 노래 저작권자들의 허락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영화에 나올 노래를 직접 만들게 되었다, 라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유명한 배우가 되었지만, 이름을 알리기 전 찍은 영화에서 엑스트라 같은 역할을 맡은 배우를 발견하는 재미는 덤입니다. 한 배우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흔히 쓰는 포스트잇도 그렇습니다. 접착제로 유명한 3M사의 ‘접착제’가 딱 달라붙지 않아 처음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라는 ‘신개념 메모지’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올해 업무 중에 실수라고 생각했던 일도 요긴하게 써먹은 일이 있었습니다. 팀장님, 과장님과 함께 논의중일 때 분명 삭감해야 하는 예산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런데 시스템에 삭감 입력을 누락하는 바람에 예산이 삭감되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 예산을 쪼개서 꼭 필요한 다른 사업에 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처럼 시간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스트레스 상황속에서 어쩌면 나같이 눈치도 없고 털털하고 무던했기에 긴박하고 냉철한 숫자들 틈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아,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것은 나란 사람의 쓸모의 발견입니다.
실수마저도 쓸모가 되었던 것은, 실수를 실패로 규정해 버리지 않았고, 목표달성과 효율성만 추구하다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 이겠지요? 그러니 흔히 말하듯 B급 영화는 B급 영화가 아닐 수도 있고 지금 내가 실수라고 부른 것도 사실은 실수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