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장례식 1

by 거북이

월요일 아침 출근길은 분주하기만 합니다. 아직 100걸음도 더 남은 것 같은데 초록불로 신호등은 바뀌고 말았고 연달아 건너야 하는 다음 신호등도 곧 초록불로 바뀔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바빠도 보도 길가에 핀 꽃과 나무들은 꼭 눈에 담고 있습니다. 아가씨 때야 예쁜 옷, 예쁜 신발에만 눈길이 가고 관심이 있었습니다. 직장 어린이집에 두 아이를 데려다 놓고 출근하던 그 때는, 엉덩이에 밥풀이나 어깨에 침이 묻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출근길이라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친구랑 약속잡거나 해서 자기들끼리 초등학교로 걸어가고, 나는 나대로 혼자서 출근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당시에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봄에만 피는 줄 알았던 패랭이꽃, 수선화, 장미꽃이 가을에도 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궁화의 줄기가 땅이 아닌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고 초여름에서 9월까지 끈질기게도 피었다 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회사 화단에 핀 튤립 꽃도 해가 질 무렵이면 꽃봉오리를 오므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보도에 죽어있는 비둘기 한 마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길가의 패랭이꽃이 아직도 있는지 보려고 했는데, 그 옆에 죽어 있는 비둘기도 같이 보게 된 것입니다. 비둘기가 죽을 때 눈을 감고 죽는지 뜨고 죽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부릅뜬 눈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다음 신호등도 금방 켜질 거라 잰 걸음으로 지나쳤습니다.


다음날 화요일 아침 출근길에도 비둘기가 길가에 그대로 있는 것이 보았습니다. 공공근로나 시니어(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오늘은 치워지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수요일 아침 출근길에도 비둘기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마 12월 예산소진으로 일자리 사업들이 이미 끝나기라도 한 걸까요.


오후시간, 라면 먹을 때 사용하는 나무 젓가락을 챙겼습니다. 혹시 부러질 수도 있으니 2개 챙겼습니다. 마침 수요일은 야근을 권장하지 않는 패밀리데이 이기도 해서 평소보다 퇴근을 서둘렀습니다. 한 여름에는 8시에도 밝았을 테지만 12월의 6시 30분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가로등불 아래, 여전히 비둘기가 있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처럼 수분기가 있어 도톰한 몸집이 있던 형체가 아니라 얄팍해진 모습으로. 비둘기 몸체에 수분이 증발해 젓가락으로 가볍게 들어질 정도였습니다. 보도 옆, 나무들이 여기 저기 심어진 땅이 있습니다. 개중 커다란 나무 아래로 비둘기를 옮겼고 주변에 쌓인 나뭇잎들을 긁어모아 덮어 주었습니다. 부패한 냄새가 상당해 오래 있을 수도 없어 마음속으로 ‘잘 가’라고 짧게 인사한 후 집으로 갔습니다.


안녕비둘기.jpe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렌디피티 (Serendip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