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물방울 이야기
2년전쯤, 처음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났습니다.
독서모임중에 한 분이 아침마다 글쓰기를 한다고 해서 ‘그럼 나도 끼워주세요’ 했지요.
새벽 5시 30분경,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났습니다. 당시 고영희 작가님과 함께하는 글쓰기 온라인 모임이었지요. 고영희 작가님은 ‘맘껏 우세요. 이 공간에 오면 누구나 다 울어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글에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울면서 마음에 응어리 진 것들이 스르르 녹아 내려감을 느꼈습니다. 친정 식구에게도, 남편에게도, 회사에서도,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들을 바깥으로 끄집어 놓기만 해도 효과적이란 것을요.
결국 나는 울고 싶어서, 울기 위해서 글을 쓰고 싶었나봅니다.
한편, ‘삶이 평탄하다면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고 하신 은유 작가님이나 김종원 작가님의 공통된 말씀도 생각납니다. 오늘 삶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내 뜻대로 삶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면 내가 쓸거리를 장착했구나, 쓸 소재가 많구나, 라고 기쁘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나는 회사원이고 동시에 엄마로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천근만근 무거운 마음이 들 때 ‘나는 르포작가다’ 라는 생각을 하면 순간 힘이 나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이 다 글감이 될 것입니다. 아이와의 대화가 다 글감이 될 것입니다.
때때로 ‘내 글을 누가 읽겠어?’ 라는 생각이 나를 멈추게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글을 읽는 이유는 ‘그 글이 유명한 작가가 쓴 글이어서 읽기도 하지만 그냥 좋아서‘이기도 합니다. 그냥 그 글이기 때문에 좋습니다. 그런 글들은 한 번 읽고 끝이 아니라 언제고 생각이나 또 읽고 싶어집니다. 나도 오래도록 읽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감사 말씀 드립니다. 얼굴도 나이도 모르지만, 블로그에 아그네스님, 브런치에 초맹, 나말록, 언더독님 등등 꾸준히 읽어주시고 하트 눌러주셔서 제가 계속 쓸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내 글을 읽어 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 멈출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꾸준히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고민은 진성섭 노마드 선생님의 소개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이란 작품들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김창열 화백은 일평생 눈물같기도 보석같기도 한 물방울들을 그렸습니다. 나에게 있어 ‘물방울’은 뭘까요? 내가 평생 붙들어야 하는 물방울은 뭘까요? 나의 물방울은 무엇일까요?
때때로 글쓰기를 멈추었을 때 이런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참 이기적인 인간인가! 나는 이제 치유를 맛보았으니 남들이야 어찌되었든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은 거냐?’ 마음속으로 ‘나는 사악한가? 내 마음에 사랑이 없는가?’를 질문했습니다. 하지만 압니다. 진짜 사악한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테지요. 그래서 오늘도 어떻게 하면 꾸준히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