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길고양이 같아서 > 13화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
그 질문 끝에는
늘 누군가가 있다.
사랑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을 안고도 계속 걷게 하는 힘이다.
어느 겨울밤, 창밖에는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일까,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환상일까? 나는 창가에 앉아 커피잔을 감싸 쥐었다. 따뜻한 온기가 손끝에서 번지는 순간, 문득 생각했다. 사랑도 이 온기처럼 확실한 것일까, 아니면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착각일까?
고대의 철학자들은 사랑을 인류의 본질이라 말했다. 플라톤은 향연에서 인간은 본디 반쪽으로 태어났으며, 사랑은 잃어버린 반쪽을 찾는 여정이라 했다. 만약 그의 말이 맞다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사랑을 찾아 헤매는 존재일 것이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불완전하고, 사랑을 통해서야 비로소 온전해지는 것일까?
아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의 눈빛을 보라. 그 눈빛 속엔 의심할 여지 없는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은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을 지탱하는 힘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어떻게 세상을 견딜 수 있을까? 부모와 자식, 연인과 연인,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 사랑은 끊임없이 흐르며, 우리의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든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삶의 목적을 찾는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의 제시와 셀린느가 하룻밤을 함께 보내면서도 평생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 순간이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삶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무채색으로 흐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사랑이 그저 인간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사랑을 좇아 모든 것을 바쳤지만, 결국 사랑은 허상처럼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사랑이 운명적이고 거룩한 것이라 믿지만, 어쩌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신기루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길가의 꽃도, 하늘의 별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경이롭다. 그러나 그 사랑이 사라지는 순간, 세상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결국, 사랑이란 감각의 장난이고,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화학작용일 뿐인가?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통해 존재 이유를 찾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그저 살아가는 것에 불과하고, 사랑이 있기에 삶에 의미가 부여된다. 그러나 그 의미가 단지 우리가 만들어낸 이야기라면, 사랑은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
사랑이 존재 이유인지, 환상인지에 대한 해답은 쉽게 내릴 수 없다. 우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경험한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사랑의 기억을 지우면서도 결국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는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임을 보여준다. 반면,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에서는 사랑이 한쪽의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우리는 흔히 상대와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우리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경험하는 방식도 다르다. 어떤 이는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어떤 이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어떤 이는 사랑을 찾기 위해 세상을 떠돌고, 어떤 이는 사랑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렇다면 사랑은 필수적일까? 아니면 선택적인 감정일까?
나는 다시 창밖을 바라본다. 눈송이가 조용히 내려앉고, 한순간 반짝이다 사라진다. 사랑도 이와 같을까?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막상 손안에 넣으면 사라지는 존재. 그러나 눈이 녹아 물이 되고, 그 물이 다시 구름이 되어서 또 다른 눈이 되어 내리듯이, 사랑도 형태를 달리하며 계속해서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사랑은 분명 환상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 환상이 우리를 살아가게 만든다면, 그것이 곧 존재 이유가 되지 않을까? 사랑이 현실이든 환상이든, 그것이 우리를 움직이고,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만든다면, 사랑은 결국 우리가 사는 이유가 아닐까?
나는 조용히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사랑이 무엇인지 명확한 답은 없지만, 그것이 환상이든 현실이든, 나는 사랑을 믿고 싶다. 왜냐하면 사랑이 있는 순간, 우리는 가장 우리다운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