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길고양이처럼> 49화
햇살이 부드럽게 창을 타고 들어와
먼지 낀 선반 위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추억들,
그 모든 것이 내 마음에
아련한 햇살처럼 내려앉아 있다.
요즘처럼 햇살이 따스하게 방 안을 감쌀 때면, 문득 당신이 떠올라요.
아침 햇살이 거실 창을 지나 방 안으로 스며들 때, 그 빛줄기 사이로 오래된 추억들이 조용히 깨어나는 것만 같거든요. 당신과 함께 걸었던 그 길, 나누었던 이야기와 웃음소리까지도 햇살에 반짝이며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요.
며칠 전, 청소를 하다 우연히 거실 한편의 오래된 선반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먼지가 쌓여 희뿌옇게 변한 그곳에는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들, 여행에서 가져온 작은 기념품, 그리고 당신이 직접 골라 준 책들이 차곡차곡 놓여 있었지요. 나는 조심스럽게 먼지를 털며, 잊혔던 시간을 다시 꺼내보는 기분이었어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 모든 것이 그날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죠.
그 바닷가에서 주웠던 조약돌도 아직 그대로였어요.
우리는 그날 서로에게 예쁜 돌을 주는 작은 약속을 했었죠. 당신이 건넨 반짝이는 조약돌은 손바닥보다 작았지만, 내 마음에는 큰 빛으로 남아 있어요. 그 돌을 정성껏 닦아 선반 위에 올려두었는데, 그 작은 조각 안에 바람, 파도, 햇살과 우리의 추억이 모두 담겨 있는 것만 같아요.
선반 위에는 당신이 생일 선물로 준 체호프의 단편집도 있어요.
당신은 그 책을 내게 건네며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해”라고 말했었죠. 나는 그 말에 귀 기울이며 한 페이지씩 읽어나갔어요. 책 속에 담긴 짧은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처럼 소박하지만, 마음 깊은 울림을 주었고, 그 안에서 당신의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이렇게 먼지 쌓인 선반을 마주하니, 당신과의 시간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나요.
그땐 몰랐어요.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러갈 줄, 그리고 당신과의 추억이 내 삶에 이렇게 소중해질 줄이나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주인공들처럼 기억을 지우고 싶을 만큼 아팠던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지우고 싶지 않았던 건 바로 당신과 나누었던 따뜻한 순간들이었음을 이제는 압니다.
당신도 기억하나요?
우리가 함께 읽던 김연수의 산문집에서 “사람은 결국 기억으로 살아간다.”라고 했어요. 나는 아직도 당신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지난 시간이 나를 지탱해 주고, 그 추억이 내게 힘이 된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그 선반 위에 놓인 물건들처럼 당신을 떠올립니다.
사랑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먼지처럼 쌓여 있던 기억도 누군가 조심스레 불어내면 다시 반짝이기 마련이죠. 나는 오늘도 그 먼지 낀 선반에서 당신과 함께한 날들을 떠올리며, 그 속에 다시 사랑을 담습니다. 당신이 머물렀던 시간이 내겐 여전히 소중하고, 그 추억이 나를 지켜준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아마도 사랑이란, 시간이 지나 잊힌 것처럼 보여도 어느 날 문득 다시 꺼내보면, 그 안에 우리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은 물건 같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가 함께했던 계절들, 웃음과 눈물, 그리고 따스한 손길이 모두 그 안에 숨 쉬고 있으니까요.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그때 나는 당신에게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얼마나 깊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지를요. 먼지 쌓인 선반 위의 추억처럼, 사랑도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선명하게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습니다.
당신을 여전히 사랑하는,
햇살 같은 사람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