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을 검색한다

<사랑은 길고양이 같아서> 53화

by 양창식


우리는 마음을 열기보다,

검색창을 먼저 연다.

사랑을 꿈꾸기보다, 먼저 확신을 원한다.

지금 우리의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가 되었고,

모험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되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창을 연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에 빠졌을 때의 증상", "사랑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


자동 완성된 문장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우리는 이제 사랑을 경험하기도 전에 검색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도, 사랑이 끝나갈 때도, 우리는 먼저 정보를 찾는다. 사랑은 더 이상 순수한 감정이 아니라,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한국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는 앱을 통해 연애를 시작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제 우연히 부딪쳐 시작되는 사랑보다, 프로필을 넘기며 고르는 사랑에 익숙해졌다. 상대를 만나기 전에, 이름보다 나이를 보고, 미소보다 취미를 확인한다. 사랑은 예측 가능하고 조율할 수 있는 ‘과정’이 되었고, 우리는 그 효율을 따진다.


인터넷에서 ‘사랑’을 검색하면 수많은 정의와 조언들이 쏟아진다.

스턴버그는 사랑을 세 요소로 나누었고, 피셔는 호르몬의 작용을 이야기한다. 사랑은 과학의 언어로도 말해질 수 있지만, 정작 사랑을 겪는 우리는 안다. 이론으로는 사랑을 ‘이해할 수는 있어도’, 결코 ‘살아낼 수는 없다’라는 것을.

문학 역시 사랑을 설명하려는 인간의 욕망으로 가득하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이 마지막까지 붙잡으려 한 감정이 바로 사랑이다. 그러나 사랑은 디지털처럼 저장되지 않는다. 그것은 흐릿한 감각, 잔향, 그리고 한순간의 눈빛처럼 아슬아슬한 것이다.


검색된 정보들은 대부분 평균적인 사랑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 각자의 사랑은 평균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첫사랑은 평생을 흔드는 감정이지만, 누군가에겐 덧없는 스침에 불과하다. 검색창은 이런 차이를 담아내지 못한다. 사랑은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닌, 무수한 변수로 이루어진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비포 선라이즈>의 제시와 셀린느는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서로를 만난다.

그들은 검색도, 정보도 없이, 단지 눈빛과 대화만으로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사랑은 정보가 아닌 ‘순간’에서 태어난다.

사랑을 검색한다는 것은, 사실 사랑을 통제하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유지되며, 어떻게 끝나는지를 미리 알고 싶어 한다.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이란 본디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래서 두렵고, 그래서 아름답다.


검색을 멈추고, 실수를 허용하고, 마음을 내보일 때 비로소 우리는 사랑에 가까워진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랑만큼은 손끝이 아닌 심장으로 배워야 하는 것이다. 사랑은 데이터가 아니며, 정답도 없다. 사랑은 결국, 살아가는 방식이며 태도다.


그래서 나는 이제 검색창을 닫는다. 그리고 누군가를 마주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그것을 직접 살아내는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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