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너

<사랑은 길고양이 같아서> 58화

by 양창식

사랑은 타인을 향한 감정이지만,

그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너를 사랑할 때,

나는 내가 더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랑은 그렇게, 너를 통해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 사람과 나는 분명 서로를 사랑했다.

그러나 어느 날, 우리는 문득 깨달았다. 단지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랑은 단순히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감정을 품은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조금씩 더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의 사랑은 맑은 물 같았다.

작은 말에도 귀 기울였고, 눈빛 하나에도 가슴이 떨렸다. 함께 걷는 길, 나란히 마시는 커피 한 잔, 잔잔한 노래 한 곡, 모든 순간이 특별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 감정이 식지 않았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너를 사랑하는 나는 그 자체로 반짝였고, 나는 그 반짝임에 빠져들고 있었다. 결국 사랑은 너를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나는 일이기도 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너를 바라보며 웃는 내 얼굴을 바라볼 때였다.

거울 속의 나는 너에게 미소 짓고 있었고, 그 표정이 낯설 만큼 아름다웠다. 사랑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고, 나는 너를 사랑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성장했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에서 말했다.

“진정한 사랑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말은 이기적인 자기애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다는 뜻이다.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게 된다는 건, 결국 내가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그 힘과 여백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과정이었다.

물론 여기엔 경계도 있다.

사랑이 상대를 향하지 않고, 사랑하는 ‘자기 자신’ 에기로만 기울어질 때 문제가 시작된다. 마치 사랑 그 자체에 도취한 듯, 사랑의 감정을 흠모하게 되면 실체 없는 관계에 빠지기 쉽다. 사랑은 점점 왜곡되고, 상대는 점차 사라진다. 결국 남는 것은 '나의 감정' 뿐이다.


사랑은 가끔 거울이 된다.

우리는 상대의 눈빛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다시 바라본다. 그 눈빛이 따뜻할수록 우리는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 속에서, 자신을 스스로 더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 거울이 깨질 때, 즉 상대의 사랑이 사라질 때, 우리는 무너진다. 왜냐하면, 상대의 시선을 통해 비쳤던 ‘아름다운 나’ 역시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이지안은 박동훈을 사랑하면서, 그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통해 인간다움을 회복한다. 절망 속에서도 그를 향한 감정을 품고 있는 자신을 자각하면서,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 사랑은 상처를 치유하는 약이 되었고, 그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곧 살아 있음의 증거였다. 동훈을 사랑했기에, 그 사랑을 품은 자신을 다시 사랑하게 된 것이다.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너.’

이 문장은 하나의 완성된 고리다.

사랑은 상호작용이며, 자기 반영이다. 우리는 타인을 향한 사랑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 감정을 통해 성장하며, 치유된다. 사랑이란 그렇게 관계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자기 존재의 근원을 건드리는 감정이다.

사랑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는 관계. 너를 사랑하는 내가 행복하다는 것은, 그 사랑이 나를 존재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너에게도 닿아, 너 또한 나를 사랑하게 만든다.

그래서 사랑이 끝난 뒤, 많은 이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상대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다. 그 사람을 사랑하던 ‘나의 모습’을 잃었기 때문이다. 반짝이던 나, 설레던 나, 따뜻하던 나. 우리는 그 감정을 품고 있던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기에 외롭다.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너.’


이 문장은 결국 너와 나, 그리고 우리라는 존재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든다.

사랑은 타인을 향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으로 향하는 감정이며, 그 순환 속에서 우리는 단단해지고, 삶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사랑이란 결국 ‘너와 나’만의 일이 아니다. 그 안에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숨어 있다.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너—이 순환은 사랑의 미학이자, 인간관계의 본질이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상대와 함께 성장한다. 그렇게 사랑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아름다운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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