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길고양이처럼> 65화
사랑은 물처럼 흐른다.
형태는 없지만
마음을 적시고,
잡으려 하면 빠져나가며,
흘려보내려 하면 어느새 고인다.
사랑은 물처럼 흐른다.
어디든 스며들고, 무엇이든 감싸며, 잡으려 하면 빠져나가고, 흘려보내려 하면 마음 한구석에 고인다. 우리는 사랑을 강물처럼 바라보지만, 그 강물은 한순간도 같은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랑은 흐른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맡기고, 때로는 휩쓸리며, 때로는 조용히 그 물결에 몸을 띄운다. 그렇게 물처럼 흐르는 사랑은 우리 삶에 조용한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시간이 지나 더욱 선명해진다.
그녀와 그는 오랜 친구였다.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말보다는 함께 보낸 순간들이 그들의 관계를 지탱해 왔다. 어느 날부터인지, 둘 사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사랑인지, 익숙함인지 분명하지 않았지만, 눈빛은 변했고, 침묵은 의미를 품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감정은 뚜렷한 이름을 얻지 못한 채 흐르기만 했다. 누구도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고, 누구도 뒤로 물러서지 못한 채,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흘렀다.
그들은 자주 강가를 걸었다.
말없이 걷는 그 시간은 마치 둘만의 비밀스러운 의식 같았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다 그는 말했다.
"물은 흐르지만, 결국 바다로 가지. 사랑도 그렇지 않을까? 흘러가도,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그녀는 그 말에 조용히 미소 지었지만, 마음 한편에 알 수 없는 불안이 일렁였다. 만약 사랑이 그 바다에 닿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면? 흐르는 감정은 언제나 그 끝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완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흐르는 사랑은 그 미완의 상태 속에서 더 진실하다. 일본 영화 <동경 이야기>에서도 가족 간의 사랑은 잊힌 듯 보이다가도, 조용한 물결처럼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든다. 사랑은 소리 없는 흐름이다.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조금씩 배어드는 감정이다. 마치 물이 바위를 깎듯, 사랑은 사람을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변화시킨다.
물처럼 흐르는 사랑은 유연하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Gaston Bachelard)는 『물과 꿈(Water and Dreams)』에서 “물은 잠재의식의 거울이며, 감정의 깊이를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사랑도 그러하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와, 우리가 모르는 틈을 타 스며든다. 억누르려 해도 번지고, 가두려 해도 새어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 앞에서 겸손해진다. 그것은 소유할 수 없는 것이며, 다만 함께 흐르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에서도 사랑은 물처럼 흐른다.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은 여름 강물처럼 뜨겁고 짧게 흐른다. 그러나 그 짧은 강물은 끝내 마음속에서 고이며, 시간과 함께 깊어진다. 그들은 이별했지만, 그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멀어질수록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물처럼 흐르는 사랑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끝이 어딘지 알 수 없기에 더 소중하다.
물은 길을 가리지 않는다.
바위에 부딪히면 돌아가고, 막히면 고여서 기다린다. 사랑도 그렇다. 우리가 피하려 해도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기다릴 수 있다면 언젠가 다시 우리를 적신다. 시인 장석주는 “사랑은 물처럼 흘러야 산다”라고 말했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자신을 비워가는 법을 익힌다.
결국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잠시 놓친 것처럼 보여도, 그것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 흐름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사랑은 물처럼 스며들고, 어느 날 모든 것을 적시고 나서야 비로소 그 존재를 실감하게 만든다. 우리는 사랑을 붙잡을 수 없다. 그러나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함께 흘러가는 순간, 사랑은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그곳이 어디든, 그 여정은 우리를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