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개나리 76

새벽의 쇠발소리

by 강순흠


바닷가는 평온했다.
밤례와 두석이 갯바위 위에서 바라보던 보름달은
여전히 그 자리에 떠 있었으나,
그 아래 땅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새벽 4시.
고흥 금산.
대한청년단의 검정 트럭 두 대가
머플러를 막은 채
소리 없이 마을 어귀로 들어섰다.
그 뒤를 따라
경찰 두 명이 민간 옷차림으로 뒤따랐다.
“대상은 강두석,
비상계엄법 위반, 사상선동, 불령선인.
신속히 확보하라.”
기척 없는 어둠을 쪼개고
군화 소리와 몽둥이 소리가
좁은 골목을 울렸다.

“여깁니다. 바로 이 집입니다.”
영재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어두운 마당을 가리켰다.
누군가는 "협조자"라 했고,
누군가는 "배신자"라 말했다.
“문 열어라!
경찰이다! 수색영장 있다!”
밤례의 아버지가 기침하며 문을 열었고,
순간 마당 안으로 단정한 제복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우리 집에 죄인이 없습니다!”
“강두석이라는 자, 이 집에 숨었지?
목격자가 있어.”
방 안은 난장판이 되었다.
장롱은 뒤집어졌고,
부엌 항아리까지 뒤졌으며
벽장 안 사진첩마저 찢겼다.
그러나 그곳에 두석은 없었다.

그 시각,
두석은 바다 아래 움막 안에서
등잔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례는 아버지의 기척을 느끼고
한 발 먼저 움막에서 나와 마을로 돌아갔다.
그녀는 감지했다.
공기가 다르다는 것을.
“누군가… 온다.”
숨소리를 죽이고 몸을 낮춘 두석.
그때, 짙은 흙내음 사이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다.
수색! 바위 밑 움막!”
불빛이 움막 안으로 들이쳤고,
두석은 그대로 끌려나왔다.

“강두석! 너는 체포됐다!
저항 말고 따라와라!”
두석은 묵묵히 일어섰다.
손을 내민 그에게
수갑이 채워졌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데려가는가?”
“우린 명령만 따릅니다.”

그 소식을 들은 밤례가
마을 어귀로 달려왔을 때
이미 트럭 시동은 켜지고 있었다.
“두석씨! 군수아부지"
그녀는 달려들었지만
청년단원 두 명이 그녀를 붙잡았다.
“가지 마시오! 당신이 가면 안 될 곳이오!”
“두석씨! 내 사람… 내 남편이오!”
어느새 새벽 하늘엔
달이 지고 있었고,
어둠은 다시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작가의 말
고요한 바닷마을에
쇠 발소리와 명령의 언어가 들어선 순간,
사랑도, 평화도, 가정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살기 위한 피신은 이제 수갑을 찬 귀결로 이어지고,
밤례의 외침은 먼 해안선을 따라 메아리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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