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아들, 새벽
- 나의 사랑하는 아들, 새벽
“야 인마! 넌 사람이 들어왔는데 아는 척도 안 하냐?”
아들은 내 말을 듣고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내 말을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귀에 커다란 헤드폰이 있기 때문에.
“야이 새*야!!”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22살이 넘도록 욕을 해 본 적이 없다.
처음 욕을 한 건 군대에서다. 그것도 영어로.
“Son of b****" "Fu** you”
난 영어 욕을 미군들에게 배우며 신기함을 느꼈다. 전부 우리말로 그대로 번역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군들이 자주 쓰는 ‘Mother Fu****'는 우리말로 ‘니 어미와 그것을 할 놈’이란 욕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 욕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야이 C* 놈아, 아빠가 집에 돌아왔는데 인사는커녕 쳐다보지도 않냐? 게임이 그렇게 좋아? 뭘 부셔줄까?
하나만 골라 봐라. 니 컴퓨터? 아니면 니 대갈통?”
그리고 헤드폰을 아들 머리에서 빼서 힘껏 던져 버렸다.
멀리 날아갈 줄 알았는데 컴퓨터 본체에 꼽혀있는 플러그 때문에 그냥 바닥에 떨어졌다.
아들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난 뒤통수에 대고 다시 소리쳤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냐? 대학에 가라고 비싼 돈 들여서 유학 보내놨더니 2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그것도 모자라 밤새도록 게임만 하냐? 아빠는 니 나이에 이미 독립해서
대학등록금을 내가 냈어 인마. 그리고 엄마는...”
“됐어요. 그만해요.”
언제 들어왔는지 아내가 내 말을 막았다.
오늘만큼은 나도 그만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번 상담을 받으면서 아들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라는 그 엿같은 의사 말 때문에 참아왔는데 생각해 보니 그런 상담은 나도 할 수 있겠더라.
그래, 문제 자식은 없다. 문제 부모만 있다고 치자. 그럼 아들이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게
내 탓이라 이거냐? 난 테트리스에서 춤추는 러시아 남자만 봐도 헛구역질이 났다. 갤러그 몇 판 했다가 잠자려고 누우면 천정에서 파리떼들이 떨어져 나오는 환각에 잠을 설치곤 했다.
난 체질적으로 게임을 싫어해서 컴퓨터에 깔려있는 지뢰 찾기도 일부러 지워버리던 사람이다.
그렇게 게임을 싫어하던 내 아들이 게임중독이 된 게 왜 내 탓이라는 거냐?
“여보, 새벽이가 아까 낮에는 집안 청소도 도와줬어요.”
아내는 항상 아들을 감싸주었다. 필요이상으로.
“이게 청소한 방이야? 돼지우리지. 당신이 자꾸 새벽이 편을 들어주니까 저 녀석이 변화가 없잖아 변화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조금씩 변하는 건 개나 고양이도 해. 20년을 가르쳤으면 개도 주인이 집에 들어오면
반가워서 꼬리라도 흔든다고.”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아내와 나를 향해 아들이 고개를 돌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고개는 그대 로고 의자가 빙그르르 돌았다고 하는 게 맞을 거다.
“아빠.... 난 꼬리가 없잖아.”
아들이 나에게 물려받은 건 저놈의 유머감각이다.
나는 엄마에게 유머감각을 물려받았다. 55년 전,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용두동 동부시립병원
분만실에서 나를 낳으시고 처음 눈 맞춤을 하고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우리 아들, 정말 잘생겼네.”
내 생김새를 아는 친구나 친척들은 그게 얼마나 우스운 소리인지 잘 안다.
난 코미디작가다. 지금은 유머 강사다. 그리고 쇼핑몰을 운영하는 CEO다.
그리고 내 아들은 지금.... 게임 중독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