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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소영 Aug 02. 2024

여행을 위한 도시락

나는 아이들과 당일치기 여행을 위해 매번 도시락을 싼다.

알배추에 쌈장, 순대, 어묵, 밥, 미역국, 수박, 볶음밥, 계란, 만두, 두부구이, 된장찌개 등등

지금껏 준비해온 메뉴를 모두 말하는 것은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모든 요리가 되겠다.


남편은 밖에서 사먹자고 해도 굳이 애를 써가며 발을 종종거리며 도시락을 싼다.

당일치기 여행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는 건 아니다.

아침 먹고 치우면서 동시에 도시락도 싼다.

도시락을 싼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 숟가락, 젓가락, 포크도 챙겨야하고 다녀오면 설거지도 생기고, 먹을 자리도 미리 생각해야 한다.


맞벌이, 워킹맘, 미취학 아이들 2명, 이런 조건에서 도시락을 준비한다는 것은 

때로는 멋지고, 때로는 미련하고, 

때로는 슈퍼맘, 때로는 억척맘이 된다.



당일치기 여행에 매번 도시락을 싸는 이유는

도시락을 싸면 식비가 많이 준다. 어딜가더라도 2만원 내로 하루 재미있게 놀다 올 수 있다.

여행을 가면 여러가지 몸에 좋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진 간식을 사먹게 되는데, 집밥을 먹음으로서 입맛과 몸을 정화시킬 수 있다.

냉장고에 미리 사 놓은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식재료가 썩거나 상하거나 하지 않고 바로바로 소진할 수 있다.


얼마전에는 친정에서 바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게 되어서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그럴 때는 상황에 맞게 지역 맛집을 가기도 한다.

며칠 전 아산을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지역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지역특산물과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요리한 음식을 제공하는 가게가 있어 기분 좋게 다녀왔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냐면,

이 모든 노력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아이에게 건강한 음식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

돈을 절약해서 부를 축적하고 싶은 마음, 

그러면서도 가족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 

아이들에게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


아이를 위한 듯.

남편을 위한 듯.

우리 가족을 위해서인 듯 하지만.


희생도 아니고, 헌신도 아니다. 보여주기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바라고 또 바라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삶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내가 바라는 삶이 초라해보이기도, 쓸모없어 보이기도, 과분해보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살아내는 오늘 하루가 나답다면 그것 만큼 완벽한 날은 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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