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우리 가족은 매년 연말이면 가족사진을 찍는다. 첫째가 여섯 살 때부터 시작했는데 올해로 벌써 여덟 번째다. 그런데 올해는 남편의 항암 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상태라 고민이 많았다.
'모자를 새로 하나 사야 할까?', '모자를 벗고 찍는 게 나을까?', '애들 감기도 걸렸는데 취소할까?'
셀프 사진관 예약까지 해 두고도 여러 걱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점심을 먹다가 결국 남편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오빠도 변한 오빠 모습이 어색하지 않아?"
남편은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색하고 말고 가 어딨어. 그냥 그런 거지."
남편의 말에 문득 깨달았다. 남편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겉모습이 변했다고 내가 스스로 어색하게 느끼고 있었다. 남편이 말한 것처럼 겉모습이 뭐 그리 중요할까? 사진을 안 찍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가정을 이루더라도, 우리 가족은 연말마다 꼭 모여 사진을 찍기로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머리카락이 무슨 큰일이라고.
예약된 시간에 맞춰 사진관에 도착했다. 몇 번 찍어 봤다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셀프 촬영을 준비했다. 컴퓨터를 켜고 카메라 세팅을 한 뒤 리모컨으로 테스트 촬영을 했다. 나는 남편과 빨간 티셔츠를 맞춰 입고, 아이들은 흰 티셔츠에 청바지로 맞춰 입었다. 그리고 매년 깜빡하고 후회했던 양말까지 깔 맞춤으로 준비하니 훨씬 보기 좋았다.
남편은 모자를 벗고 찍었다가, 머리부터 입술까지가 배경색과 비슷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모자를 쓰고 찍었더니 얼굴에 그늘이 져서 오히려 모자를 벗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때, 둘째가 자기 머리에 꽂혀 있던 산타 모자 머리핀을 빼더니 남편의 머리에 꽂아주었다. 남편의 머리에는 솜털같이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몇 가닥 돋아나 있었는데, 머리핀이 버티지 못하고 아래로 툭 떨어졌다. 그 모습에 우리는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둘째는 다시 조심스럽게 머리카락 몇 개를 모아 머리핀을 고정해 보려 애썼다.
그 순간, 둘째의 엉뚱한 행동 덕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머리카락이 있든 없든, 우리는 여전히 우리만의 방식으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었다. 올해도 그렇게 웃음 가득한 가족사진이 완성되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웃음과 행복을 찾는 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겉모습은 변할 수 있어도, 변치 않는 가족의 사랑이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우리를 단단히 이어주고 있다. 가족사진은 단순한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과 지금의 우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 기록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그날의 웃음과 행복을 기록하며, 매년 이 약속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