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보호자의 일상에서 느끼는 깊어진 마음
엇갈린 마음
3일 만에 남편 요양병원에 갔다. 요양병원에 간지 며칠 되지도 않았고 다음 주, 다다음 주 검진 때문에 계속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에 가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첫째 딸의 말에 마음을 바꿨다.
"SY야. 다음 주, 다다음 주 계속 주말마다 아빠가 올 거야. 그러니까 이번 주말엔 가지 말고 쉬자. 매일 영상통화도 하고 전화도 자주 하잖아"
그러자 첫째 딸은 눈물이 그렁그렁 해져 말했다.
"엄마. 그래도 아빠를 만질 수가 없잖아."
평소대로라면 남편은 퇴근하고 저녁 먹으면 TV를 보고 앉아 쉬고 있었고, 아이들은 할 일이 끝나면 아빠 옆에 찰싹 붙어 같이 TV를 보거나 팔베개를 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며칠 떨어져 있었지만 아이들이 느낀 허전함이 크게 느껴졌다.
남편은 위를 모두 잘라내는 수술을 해서 많이 먹지 못한다. 그래서 집에서는 저녁에 간식을 한 번 더 먹었었는데 요양병원에서는 세끼 딱 먹고, 간식은 없다. 자연드림 판매장에서 파는 간식을 사 먹는다고 했는데 남편이 고르는 건 빵, 과자 같은 것이기 때문에 몸에 이로운 간식을 챙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미리 홍시 살을 발라서 냉동시켜 준비해 두고, 아침부터 밤을 삶았다. 남편이 필요하다는 것들도 챙겨서 괴산으로 출발했다.
남편은 양손 가득 들려있는 짐들을 보고 쓸데없는 것을 왜 이리 많이 가져왔냐며 한소리를 했다. 심지어 아이들이 아빠 준다고 가져온 화분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면서 쓸데없는 것을 가져왔다고 툴툴거렸다. 한참 듣다가 나도 참지 못하고 내뱉어버렸다.
"어차피 가져왔는데 그냥 고맙다 하면 안 돼? 그리고 다음부터는 그냥 오라고 하면 되지 계속 뭐라고 하면 어쩌라고. 밤이랑 홍시도 먹기 싫으면 가져갈 테니까 안 먹을 거면 먹지 마!"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남편도 나의 감정을 느꼈는지 힐끗 눈치를 보며 웃음으로 넘겼다.
같이 점심을 먹으며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 괜히 왔나 싶은 생각만 점점 더 커졌다. 남편을 위한다고 준비한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고, 이것저것 먹으라고 주자 "내가 알아서 한다"라며 큰소리치는 남편이 미워지기까지 했다.
"알아서 해서 이렇게 아프냐! 알아서 할 거면 아프지나 말던가. 내가 다시는 챙겨 오나 봐라. 며칠 전부터 홍시 발라서 얼려 준비하고, 조금이라도 맛있게 먹으라고 새벽부터 밤 삶아서 준비했건만 자꾸 왜 가져왔냐고 화를 내면 나도 기분 나쁘지. 다음부터 필요한 것도 그냥 택배로 시켜! 가져와라 마라 말하지 말고"
남편은 멋쩍은 듯이 고개를 흔들더니 대답은 하지 않고 핸드폰만 들여다봤다.
남편을 보러 온 기쁨보다 화가 더 커졌다. 내 감정은 신경 쓰지도 않고 아이들만 끌어안고 뽀뽀만 쪽쪽 하고 있는 남편이 더 얄미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