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소설
Ⅰ. 사이버리즘과 대중소설의 만남
1. 컴퓨터의 대중화와 사이버리즘의 현현
현대적 개념의 컴퓨터가 출현한 것은 1989년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문화예술 이론인 ‘사이버리즘(Cyberism)’을 태동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을 모태로 하는 인터넷은 1968년 미국방성 고등기술연구소(ARPA)에서 핵전쟁시에 군사명령과 통제 등을 안전하게 행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1년여의 연구 끝에 통신망을 연결하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이루어져 1969년 9월에 결실을 보게 된다. 이러한 인터넷은 ‘TCP/IP(Transfer Contr이 Protocol)이라 이르는 공통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에 의해 연결된 많은 지역 네트워크들의 집합체이다.
2. 정보화 시대의 사이버 문학
21세기는 정보화 시대다. 정보화는 고속 광통신망과 정보의 가치가 일상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는다. 정보화 시대의 변화는 이미 1990년대부터 문학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몇몇 기성문인들이 인간 문제와 인간 구원을 주제로 한 감동의 문학을 주장하지만, 많은 문학 매니아들은 작가와 독자간의 쌍방향 통신을 요구하며 아마추어 작가가 도겠다고 나서고 있다. 바야흐로 엘빈 토플러가 말한 제 3의 물결이 본격적으로 도래한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제 1의 물결이라 불리는 농업혁명과 제 2의 물결이라 불리는 산업혁명을 겪었다. 이제는 제 3의 물결이라는 이전과 다른 또 다른 새로운 변혁의 물결 속에서 살고 있다. 제 3의 물결은 우리의 가족을 흩어지게 하고 경제를 뒤흔들어 놓고, 정치제도를 무력화시키며 모든 가치를 깨드리는 등 우리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 그것은 기존의 권력구조에도 눈을 돌려 현재 위협을 받고 있는 특권층 엘리트들의 특권에 대해서도 도전을 한다.
이에 따라 문학도 강대국 중심에서 벗어나 제 3세계나 흑인문학. 페미니즘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세기 말 영상문화는 정보화 시대와 함께 문학풍토에 변혁을 주도한다. 우선 창작과 독서, 전달과 수용이라는 문학의 유통 경로가 책이라는 단일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지던 단순성이 깨지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독자는 이전에 가지고 있던 작가나 작품에 대한 경외심에서 벗어나 사이버 공간을 통해 작가와 생산. 교환. 분배. 소비의 회로를 공유하게 된 것이다.곧 독자가 작가의 창작에 곧바로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사이버 공간과 전자 문자를 통해 열렸으며, 문학 정보의 상품화 시대, 독자의 쓰기 참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문학 고유의 형식이 해체되고 정보의 공유화가 이루어지며, 작가가 가공의 진실이나 허구성 등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드러내 놓기보다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일상 등 일어난 일을 미화시키는 일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이전의 출판문화 중심 시대에 가지고 있던 허구나 상상은 신세대 중심의 네티즌이 전자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환타지 소설과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고, 깊은 사색이나 철학보다는 대화나 스토리 중심의 새로운 문체로 대체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시이버문학이란 용어는 김병익이 처음 사용했다. 그는 하이퍼픽션과 사이버문학을 동일개념으로 간주하면서, 하이퍼픽션이란 작가가 발표한 몇 개의 줄거리를 독자가 임의로 선택해서 독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과, 창작에 독자가 직접 참여하여 열린 문학의 형식을 지향하고, 의사현실을 체험하여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는 리얼리즘의 논거가 거부될 것임을 지적했다. 사이버문학의 특징은 창작면에서 주변과 본격적이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인과성과 개연성에 집착하지 않는 전위적이고 실험적이라는 것과, 소통면에서는 통신 내부와 외부를 모두 수용하는 양방향성, 실시간성, 익명성을 지향하고, 상상력의 측면에서는 의사현실을 포괄하여 물질뿐만 아니라 비물질까지도 현실로 보아 새로운 리얼리티를 담아내는 작품으로 규명되기도 했다.
또한 통신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특성으로 첫째, 공간의 개방성과 익명성이 가져다 준 창작 담당층의 확대, 둘째, 실시간 쌍방향으로 인한 작가와 독자 사이의 자유로운 소통과 경계의 무너짐, 셋째, 권위있는 검열기제의 부재로 인한 자유로운 상상력 또는 일탈적인 상상력의 특화, 마지막으로 일상으로서의 글쓰기가 가능해졌다는 점 등을 강조한다.
3. 사이버리즘의 개념 정립을 위하여
사이버리즘이란 용어는 다소 어색하고 생소한 느낌을 준다. 여기서 디지털 시대라 불리는 오늘날의 사회문화적 변화상태를 어떻게 인식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디지털시대란 라키토프의 말처럼 테크놀러지적,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 메커니즘들이 단지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용해되어 단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을 말한다. 특히 지식의 창출, 재연구, 보존 그리고 확산을 위해 진보적으로 증대하는 정보 테크놀로지의 사용 과정이다. 그리하여 단지 생산구조와 테크놀로지의 영역뿐만 아니라 주로 문학, 정신적 삶과 일상에서의 사회적, 경제적 관계의 영역이 철저하게 변형되는 것을 알려준다. 이로 말미암아 디지털시대의 사이버리즘은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개체로서의 인간의 인본성과 자기실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시키게 되는 것이다.
사이버리즘은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디지털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인식한 개념이다. 사이버리즘의 개념정립을 위하여 포스트모더니즘과의 관계를 알아보자.
첫째, 두 이론은 기존의 전통과 인습에 도전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비결정성과 비종결성, 불확정성을 함의하여 고정불변한 의미나 의도를 불가능하게 하여 중심이나 권위에 도전하고자 한다. 자아와 주관성에 대한 새로운 입장, 이어쓰기와 고쳐쓰기, 행위와 참여, 임의성과 우연성, 대중소설을 포함한 소위 주변적인 것의 부상, 탈장르화나 장르확산, 자기 반영성 등에서 차별된다.
둘째, 기존 이론보다 전위적 실험성과 일탈성 그리고 행위와 참여를 중시한다. 전위적 실험성은 낯설게 하기나 소외효과,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누보르망, 아방가르드 등의 예술운동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기존이론이 고립과 무관심적 형식을 지녔다면 포스트모더니즘과 사이버리즘은 참여와 관심, 실천적 행동으로 특징 지워진다.
셋째, 파편화 현상과 임의성, 우연성, 유희적 성격을 지닌다. 결합보다는 단절, 질서보다는 혼돈, 해체, 분열을 더 중시한다. 전통적인 예술의 개념을 부정하는데서 출발하여 모든 장르를 퓨전화 시키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넷째, 계급적 질서의 붕괴와 초소설적 성격을 지닌다. 억압된 것의 복귀나 마이너리티의 부상이 그것이다. 소의 본격문학과 주변문학 사이에 가로놓인 경계선을 건너고 간격을 메우고자한 시도와 일맥상통한다. 페미니즘 문학과 초소설(현실을 소설을 통해 폐지시키는 양식)의 누보르망과 유사하다.
다섯째, 비결정성과 비종결성 혹은 불확정성이다. 다원성이나 상대성 그리고 대화주의의 다성성, 이어성, 다어성 등이 부각된다. 니체의 말대로 절대성을 신봉하는 것은 병적이 되기 때문이다.
여섯째, 장르 확산을 들 수 있다. 패러디나 패스티쉬를 새로운 문학장르로 인식할 때 이것은 장르 확산에 기여하는 셈이다. 패러디나 패스티쉬는 작품의 소재가 고갈되거나 소진되었다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과거는 병합되고 수정되며 새롭게 다른 삶과의 의미를 부여받는다는 허친의 말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일곱째, 기존 이론이 자기 외부 현실의 반영에 관심이 있다면 두 이론은 자기 반영에 관심을 가진다. 자기 반영이란 문학 텍스트 밖에 존재하는 세계를 반영하거나 재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그 자체를 반영하는 것이다. 즉 그것이 창작되는 과정 그 자체를 중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는 소설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한 시대가 과연 규명될 수 있는가 하는 시대규명의 문제와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창출하지는 않는가의 문제에 부딪힌다. 이데올로기 또한 우리 인간이 만드는 것이기에 극복 또한 우리 인간의 소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4. 사이버리즘, 새로운 문화예술
사이버리즘 문학이란 사이버네틱 기술로 제작되는 문학이라기 보다는 이미 사이버네틱 기술로 구현된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문학을 일컫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리즘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디지털시대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종의 주의이다. 그리하여 하나의 사상이며 학설이고 사물의 처리 방법의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이버리즘은 사이버문학을 포용하는 상위개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이버리즘은 크고 넓은 외연의 개념이므로 사이버문학은 그 속에 포함된 예술 영역 일부에 불과한 개념이다. 따라서 사이버소설은 사이버리즘의 하위개념일 뿐만 아니라 사이버문학의 하위개념이 되는 셈이다.
사이버리즘은 문학이론일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이론으로 정착되고 있다. 우리의 모든 삶이 이미 디지털시대 속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거시적 차원에서 문화예술 이론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컨대 사이버리즘은 일시적 문화현상이 아니다. 문화예술을 포함한 우리의 사회현실이 지향하는 디지털 시대정신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사이버리즘을 부정하는 것은 오늘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소설의 형식이나 기법은 생래적으로 역사 속에서 존재하며 반드시 변화하는 특성을 지닌다. 사이버리즘은 소설의 연속성. 단절성. 통시성. 공시성을 모두 포용하고 있다. 결국 디지털시대의 사이버리즘과 대중소설의 만남은 우리 문학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Ⅱ. 사이버소설
1. 사이버소설의 형성배경과 개념
가상이라는 말로 번역되는 사이버(Cyber)라는 용어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곧, 인공두뇌학에서 유래했다. 앞서 설명한 디지털 환경을 토대로 성장하는 사이버소설은 몇 가지 형성원인과 배경을 갖고 있다. 먼저 현실공간의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하는 작가의 상상력 빈곤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허구성과 사실성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현재의 문학적 상황을 직시하여 현실뿐만 아니라 의사현실이라는 새로운 리얼리티까지도 작품에 담아내야 한다. 작가의 상상력이란 현실을 뛰어넘고 현실을 노래로 부르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며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실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컴퓨터가 대량 보급됨에 따라 글쓰기가 대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는 글쓰기의 다양한 변화를 가능하게 했는데, 창작속도를 높이고 작품의 다산을 가능하게 했으며 시간을 절약하고 대량의 정보를 가공하고 복제한다. 또한 탈시간적인 하이퍼나 사이버 리얼리티로 작가의 새로운 리얼리티 요구를 가속화시킨다. 그리고 컴퓨터와 모뎀의 결합은 독자와 작가의 상호소통을 가능하게 하였다.
사이버소설은 작품의 생산과 유통, 수용에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작가의 이름을 축소하고 문학성을 약화시켜 소설을 단순한 위락적 소비대상으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기존의 작품은 창작-출판-구입 즉, 작가의 손에서 출판사로 넘어온 원고는 조판과정을 거치고, 인쇄소, 제책사를 통하여 제작이 완성되면 총판, 도매상, 소형 서점을 통하여 독자에게 전달되었다. 반면 사이버소설은 이러한 복잡한 유통질서를 작가-독자라는 직접적이고 양방향적 방법으로 간소화시키고 있다.
끝으로 주변문학과 본격문학의 경계가 해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버소설과 주변문학을 동일하게 보아서는 안되겠지만 주변문학이 문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법이다. 오히려 문학을 주변/본격으로 이분화 시키는 문단풍토가 더 큰 문제라 하겠다. 사이버소설은 주변/본격의 경계를 타고 넘어 대중을 지향하면서도 문학성을 잃지 않는 문학을 지향해야 한다. 결국 주변문학과 본격문학의 상호소통이 필연적인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사이버소설의 개념을 규정해보면 다음과 같다.
사이버소설은 다지털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인식하여 작품 소재와 작가의 의식을 변화시키면서 존재한다. 먼저 창작면에서 주변/본격이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인과성과 개연성 그리고 연속성에 집착하지 않으며 전위적이고 실험적이다. 다음으로 소통면에서 통신 공간 내부/외부를 모두 수용하는 양방향성. 실시간성. 익명성을 지향한다. 끝으로 상상력면에서는 현실/의사현실을 포괄하여 물질뿐만 아니라 비물질까지도 현실로 보아 새로운 리얼리티를 담아내는 작품을 말한다.
사이버소설이 기존의 문학과 변별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새로운 가치관과 새로운 상상력”을 근간으로 탈시공간성을 함의한 새로운 리얼리티를 개척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리얼리티는 ‘사이버 정황에 입각한 혼돈의 질서화 양상과 그것과 대결하려는 인간적 감각의 양상 사이의 혼돈스런 갈등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 말미암아 작가들은 가상과 현실을 혼돈하게 되고 문학작품 또한 안정된 의미냐 절대적인 가치가 약해진다. 현실이 문학보다 더 문학적인 디지털시대의 리얼리티는 객관성을 상실하여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에 의해 재창조될 뿐만 아니라 재생산되는 것이다.
2. 사이버소설의 다원성
1) 열린 문학공간
가상공간은 볼 수도 없고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지만 존재하듯 느껴지는 비물질적이고 탈시간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성격은 문학의 새로운 영토라는 점에서 작품 창작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무제한적인 지식, 탈중앙집권화, 공간이동, 소유제도의 광범위한 배합, 재량권의 증대, 주문시의 편리함, 흐름, 유통 그리고 섬세한 조율, 사체와 자발적 지원자, 제2물결로부터의 해방, 제3 물결타기, 시뮬레이션, 상호작용, 인공성, 몰입, 원격현전, 온몸몰입, 망으로 연결된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는 비선형적인 디지털 성격과 유사하여 선형적인 아날로그와는 변별된다.
열린 문학공간의 사이버소설은 인간의 상상력을 최대한 자유분방하게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여느 예술분야 못지 않게 독특한 미학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장르라 하겠다. 결국 가상현실의 세계가 보편화되거나 현실 세계와 동등한 비중을 지닐 때, 문학적 상상력은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형질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뾸 끌레가 지적한 것처럼 예술은 눈에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끔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상공간은 실재공간은 아니지만 새로운 문학적 공간으로 여겨진다.
가상공간은 인터넷 매체로 더욱 발전했다. 인터넷 매체의 여러 특성 중에서 사이버소설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또 하나 중요한 속성은 하이퍼텍스트성이다. 컴퓨터의 발전에 따른 글쓰기 방식의 변화에 따라 하이퍼텍스트 기능을 이용한 비선조적 서사가 탄생하였다. 하이터텍스트를 이용한 비선조직 구조를 가니 소설의 탄생은 현재까지 우리가 보아온 소설과는 전개 방식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소설의 새로운 발전을 가능하게 하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작가가 만들어 둔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따라 읽어야 하는, 즉 정해진 플롯을 지닌 전통적인 소설에 비해 하이퍼텍스트 소설은 작가가 만들어 둔 여러 가지의 선택점을 이용하여 독자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 감상의 체험이 가능한 선택할 수 있는 플롯 구조를 지닌다. 즉 하나의 작품이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갖는 것이 아니고 독자들 앞에 끝없이 열려 있는 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설 양식의 변화 가능성 때문에 하이퍼텍스트 소설은 소설 장르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작가들에게 새로운 복음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2) 문학의 소통방식의 변화
첫째, 작품이 통신공간과 현실공간 양쪽에서 선을 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컴퓨터문단에도 연재되고 현실공간에서도 출간되는 형식을 말한다.
둘째, 글쇠판을 두드리는 속도가 빠르면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고 속도가 느리면 세심하고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자신의 아이디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다는 것은 현실공간에서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거나 위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셋째, 이어쓰기 형식인 ‘릴레이소설’이나 익명의 작품을 평하는 ‘작가X’라는 새로운 장르가 다양하게 출현한다는 것이다. 작가→독자라는 단선적 창작행위는 작가↔독자로 상호소통됨에 따라 독자와 작가의 길트기가 시도되어 글쓰기의 공동체 현상이 나타난다. 독자와 작가의 공유된 경험으로 창작된 작품은 극단적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기도 한다.
3) 사이버소설의 플롯: 선택과 창조
첫째, 계속해서 작가가 정해놓은 다음 장면을 따라 읽어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통적 방식과 유사하다.
둘째, 예(Y)와 아니오(N)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사건 전개 과정에서 기로에 선 인물이 결정하는 행동에 찬동하거나 반대함으로써 서로 다른 사건 전개의 방향을 결정하게 하는 방식이다.
셋째, 한 마디의 끝 부분에 도구 상자를 마련하여 독자가 주어진 조건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왼쪽 커서는 앞 마디로 돌아가고, 오른쪽 커서는 다음 마디로 넘어가며, 특별히 표시된 아이콘을 선택하면 작품전체의 목록을 보여주어 독자가 읽고 싶은 장면을 선택할 수 도 있게 한다.
넷째, 화면의 한 쪽에 시간이나 인물 또는 장소 등을 적어두고 그것을 하나의 연결점으로 하여 동일한 시간에 각기 다른 공간에 있는 인물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다섯째, 본문에 필요한 단어들을 연결함으로 하여 커서를 그곳에 두고 클릭을 하면 그 단어와 관련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거나 그 단어와 관련한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게 한다.
여섯째, 화면 한 쪽이나 하단에 독자가 글자를 입력할 수 있게 하여 독자가 질문을 하거나 독자가 검색하고 싶은 단어를 검색하여 그 부분을 확인하게 한다.
일곱째, 각 마디의 하단에 글쓰기 공간을 주어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기록해 두거나 작가가 제시한 내용과는 다른 방향의 작품을 써보거나 작품에 대한 평을 달아둘 수 있게 한다.
하이퍼텍스트를 이용한 사이버소설은 작가에 의해 주어지는 플롯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 의해 선택되는 플롯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렇듯 독자가 플롯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사이버소설의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지적할 수 있다.
3. 사이버소설의 특징
1) 사이버소설의 미학적 특징-디지털 리얼리즘
① 주체와 타자의 분열
후기자본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체는 타자에 의해 구성되어진다는 존재론에 부닥친다. 타자란 자아와 다른 이질성 혹은 자아와 거리를 두는 자기 반성적인 것으로 총체성이나 주체의 동질성을 무너뜨리는 요소이다. 사이버 세계에서 각각의 개인은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한 명의 사이버 인간을 창조하고 그 존재(매개물)를 나름대로 통제하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우월감을 가지는 환상적 경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이버 인간과의 교류를 통해 비교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체험을 하는 것이다.
정보사회에서 사람들은 인터넷의 일상화를 통해 ‘가상공간의 현실화’를 체험하도 있다. 이들은 주체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 가상공간 곳곳에 자신을 현존하도록 만들고 물리적인 위치가 아닌 전체 네트워크 주체를 비동시적으로 현존시킨다. 즉 과거에는 주체가 물리적 흔적으로 인식되었다면 가상공간에서는 물리적 흔적인 신체에 우선하여 주체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고로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주체의 정체성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신체라는 물리적 근거가 아니라 모니터로 전달되는 그래픽 개체인 아바타이며 아바타는 가상공간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또 다른 존재인 것이다.
② 버추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
디지털 시대 새로운 현실은 코스모스보다 카오스를 사랑하고 즉시적이고 동시적이다. 상상하기를 좋아하고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놀이를 통해 접근한고 이미지와 실체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지금, 여기를 중시하며, 재주술화의 과정을 갖는다.
디지털 리얼리즘이 가장 낮은 차원에서 지적 유희와 전문지식을 조합하는 수법으로만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전통 리얼리즘이나 디지털 리얼리즘이 역사와 현실에 대한 비판과 진실과 인간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갖는다. 버추얼 리얼리티는 상상 속에 존재하지만 리얼리티와 동일한 지각을 추구한다. 즉, 현실 속에서는 없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현실과 똑같은 환각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이것이 사이버 세계가 지향하고 사이버 공간이 항해자들이 찾고 싶어하는 모험과 꿈이 가득찬 버추얼 리얼리티이다.
문학이 사실, 진실, 진리 추구라는 변천과정의 역사를 지녔고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한다면 디지털시대의 리얼리티는 변화되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리얼리티는 ‘사실을 보여준다기보다 사실의 환영’을 보여줌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독특한 창안으로 보기보다는 ‘개연성’, ‘박진감’ 등의 문학적 이념의 전통에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리얼리티란 일반적으로 말하는 뜻의 현실, 어떠한 주관으로부터도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 혹은 문제들을 지칭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열린 문학공간에서 사이버소설은 우리 상상력을 최대한 자유분방하게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어느 예술 분야 못지않게 독특한 미학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장르라 하겠다.
③ 과학적 미래의 패러디화
디지털 시대의 대명사인 컴퓨터는 과학적 지식과 실험의 산물이다. 과학적 상상력은 과학적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상상하여 과거나 미래로 무한히 확장한 시간과 사이버 공간을 넘나들며, 현재 진행중인 문제의식을 보인다. 그리고 그 문제의식이 미래에 실현되고 해결되기를 갈구한다. 과학적 상상력은 다매체 시대의 새로운 리얼리티를 창출하는 데 핵심적인 분야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소설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이버 매체가 단지 기술의 발전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사용된 문자 중심적인 의사소통을 바꾸게 하고 인간의 존재에 대한 사고를 변화시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변화가 요구돼, 사이버 세계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탐색까지 소설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소설이 본래 갖고 있는 사유와 반성이라는 기능을 통해서 인간의 존재 의미를 찾아 나갈 수밖에 없다. 또한 사이버 공간 속에서 새로운 리얼리티를 추구해 스스로의 미학과 가치를 보존하고 계발해야 할 것이다.
과학과 문학의 상호소통은 디지털시대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디지털 시대 사이버소설은 과학기술의 명암을 조명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컴퓨터가 지배하는 현재와 미래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새로운 소설을 창조하는 것이다. 상업성만 강한 수준이하라는 편견을 버리고 미래를 끌어갈 새로운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보아줄 때 문학적 가치와 문학성도 더 발전되리라 본다.
2) 사이버소설의 내러티브상 특징
① 비선형성과 느슨한 인과관계
사이버소설의 생명이 조회수에 있고 소설을 조회하는 독자들은 길고 형이상학적 진술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사이버소설의 시작은 간단명료하면서도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러다보니 평이한 서술보다는 대화체의 시작, 정지 상태보다는 질주의 장면, 비속어와 이모티콘의 사용, 때로는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 등의 다양한 시작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시작 전략이 작품을 필연적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이버소설의 플롯의 느슨함은 이것에서 드러난다. 사이버소설의 작가들은 비현실적이고 일탈적인 글로써 독자의 구미를 자극하는 데 우선적으로 성공하려 하는데 그것을 작가 자신이나 독자들의 현실적 세계관과 어떻게 결부시키고 해석해낼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미처 성숙되지 못한 작가의 세계관도 문제가 되거니와 컴퓨터적 글쓰기의 특성인 용이한 등재가 부추기는 성급한 글올리기에서 오는 작품의 완성도 부족 등도 문제라고 할 것이다.
또 하나 살펴볼 것은 인과관계의 문제이다. 포스트에 의하면 플롯이란 인과관계를 강조하는 사건들의 이야기이다. 사이버소설은 인과관계 면에서 매우 느슨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사이버소설이 플롯에 등한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는 사이버소설이 심오한 고민이나 철학과는 무관한 듯 보이며 거대 서사보다는 작은 가치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것은 고민을 싫어하는 사이버시대의 특징에 편승하려는 소설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사이버소설의 이런 현상은 독자 작가 양쪽의 문제에 기인한 것이다. 사이버소설의 독자들은 거대한 이념체제나 문제의 본질에 천착하는 심각함, 계몽적 경향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고 작가들은 이런 독자들의 기대수준에 맞추어 글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이버소설에서는 부친이나 조국과 같은 기존 권위, 관념, 기존의 중심 이데올로기가 전면적으로 거부되곤 한다. 순간적이고 일회성의 특징을 갖고 중요한 쟁점에 치우친 탓에 사이버소설 작가들은 작품의전체적 구조나 인관관계 등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② 공간의 의미
사이버소설의 공간은 작품배경으로서의 공간과 작가의 체험 공간 사이의 거리가 우선적인 논의 대상이 된다. 전통적인 소설에서는 작가가 잘 아는 곳에 대한 공간만이 가치 있는 공간인 것처럼 인식되곤 하였는데 사이버소설에서는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전환된다. 현실공간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아날로그적 공간이라면 가상공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 공간이다. 가상공간은 무제한적 지식, 탈중앙집권화, 공간 이동, 유통 그리고 섬세한 조율, 사체와 자발적 지원자, 시뮬레이션, 상호작용, 인공성, 원격현전, 망으로 연결된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표현된다. 가상공간은 철저히 개인의 의식체계 안에서만 체험된다. 따라서 물질적 상상력은 비물질적 상상력으로 전이된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말하는 것으로 흉내낼 대상, 원본이 없는 이미지가 시뮬라르크라고 할 때 이 수법을 쓰는 사이버소설에서는 공간 역시 존재성 여부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공간 묘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사이버소설이 보이는 무한한 공간적 확대나 사이버 공간에의 관심은 현실의 한계성에 대한 염증을 발산하고자 하는 사이버소설의 욕망 발현이라고 보아진다.
4. 사이버소설의 이데올로기 연구
①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한 공격과 그 한계
이데올로기와 관련해서 사이버소설에서 우선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정치적 상상력이다. 정치적 상상력이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몰락과 더불어 진보적 이데올로기의 종언과 정치권력의 개량화가 가져온 허탈함이 배경적 정조를 형성하고 있다. 사이버소설의 특징이라면 보다 그로테스크하고 알레고리화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사이버소설에서 정치의식을 보이는 것이 알레고리의 형식을 취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정치와 개인의 관계를 선명하게 함으로써 정치와 개인의 대립을 예각화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예각화는 현실극복의 비전에 의해 나타난 것이 아니라 현실 부정의 염세적 전망에 의해 나타났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라 할 만하다. 반면에 비극성은 정치적 지배이데올로기를 선명하게 거부한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자유롭거나 공식이데올로기로부터 일탈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만하지만 이러한 긍정성은 그 구도 자체가 너무도 선명하여 현실의 미세한 흐름들을 제대로 포착하기에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처럼 정치에 대한 혐오와 경멸이 방향성을 포획하지 못하고 주체를 부유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 하겠다.
② 주체, 혹은 중심 이데올로기 해체
주체가 사실을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 ‘나’는 ‘나’라는 명제는 사실은 환상이거나 상상이라는 것 등을 함축하고 있다. 이 상상된 ‘나’를 부르는 것이 지배이데올로기라고 말했던 사람은 알튀세르였다. 그는 말한다. 이데올로기는 개인을 주체로 호명한다고. 사실 우리는 라캉이 상상계라고 말했던 영역에 너무 지배를 받는다. 라캉은 프로이트가 외디푸스라고 불렀던 시기를 언어의 습득으로 해석하면서 언어의 세계로 진입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상징계와 상상계로 나눌 수 있다고 하였다. 상징계로 진입하면서 주체는 상상계를 버려야 하지만 상상계는 상징계 속에 스며들어 무의식으로 남아 있다.
라캉은 이를 ‘오브제 쁘띠 아’라 부르면서 상징계 속에서 계속 주체를 사로잡게 하는 일종의 미끼라 하였다. 주체는 미끼가 존재하는 한에서 주체다. 그 미끼를 제공하는 것이 지배이데올로기라면 주체는 지배이데올로기 안에서 비로소 주체가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체에게 약속하는 지배이데올로기의 목소리는 주체에게는 상상계적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러한 주체가 80년대 본격문학의 대다수 작품에 주인물로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소설에서는 이러한 주체가 과감하게 해체되어 나타난다. 주체는 자신을 당당하게 내세우지 못한다. 그 주체는 오히려 소멸의 공포 속에 있다. 굳건하고 확신에 찬 주체는 사라지고 자신이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불안심리가 사이버소설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소설에서 주체는 소멸의 불안을 언제나 지니며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소멸은 구체적으로 죽음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 정도를 짐작케 한다. 이는 공식 지배이데올로기에 당당히 응답함으로써 대주체에 종속되는 형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그것이 비록 죽음에 이르게 할지라고 간직하려 한다는 점에서 탈이데올로기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 탈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죽음으로 상징되는 나르시즘의 세계라는 점에서 사이버소설의 가능성과 한계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나르시즘이 상징계의 권력그물망을 벗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가능성이지만 방향성을 제시해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성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③ 가족주의, 혹은 가부장제로부터의 일탈
가족주의와 저항담론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저항담론은 가족의 틀을 벗어나 사회적 변혁을 꿈꾸는 것이었고, 그에 반해 가족주의는 그러한 가족 외부로 인식을 넓히려는 주체를 가로막는 방해물이었기 때문이다. 즉 가족주의는 파시즘의 사회적 합의 도출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사이버소설에서는 이러한 가족주의가 과감하게 해체되고 있다. 이 또한 주체의 나르시즘의 영향이 큰데 주체의 욕망에 의해 가족주의가 해체된다는 사실은 현실의 제도나 구조가 주체의 욕망을 방해한다는 인식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나르시즘은 일종의 이드의 세계로서 상징계적 질서를 무차별적으로 교란시킨다. 사이버소설에는 이 사회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가족주의를 그 이드적 욕망으로 철저하게 부정한다.
사이버소설은 욕망의 소산이면서 자라나는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변혁의지를 담고 있다. 그들은 현실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 과감하게 탈피하여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있다. 정치적 상상력에 있어 사이버소설은 지배이데올로기에 과감하게 반기를 들고 있다. 그 방식은 알레고리이고 그 효과는 아이러니적이다. 즉 알레고리방식으로 권력에 패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반어적으로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해 부정과 거부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실 사회주의의 패배와 권력의 개량화로 인해 변혁적 사고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는, 그래서 현실이 파시즘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의 결과라 할 것이다.
사이버소설의 이러한 현실전복적 담론이 가진 한계는 그 전복의 방향성이 부재한다는 데에 있다. 전복과 혼란으로 특징지어질 오늘날의 문학에서 방향성 부재는 이제 혼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방향성, 혹은 전망이 없이는 문학의 생산적 자리매김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방향성과 전망에 대해 꿈꾸어 볼 때가 되었다. 사이버소설은 한동안 이러한 전망 부재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이런 사이버소설에 자극되어 본격문학이 이제 그 전망과 방향성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사이버소설이 본격문학에 기여할 수 있는 부문이 있다면 바로 거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5. 사이버소설의 미래와 전망
사이버소설은 디지털시대와 맞물려 그 출현의 개연성을 지녀 새롭게 태어나는 장르라 하겠다. 문학의 미적 상관주의는 미적 다원주의에서 비롯되므로 문학의 전위성과 실험성은 대중화를 추구해야 한다. 대중화된 문학 작품이 현실을 진폭력 있게 수용할 때, 역동적 독서행위가 가능하며 떠난 독자들이 다시 돌아올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학의 진지성과 통속성이 미적으로 승화되어 대중문학의 미학을 새롭게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 있는 사이버소설의 가능성을 적극 활용하고 한계점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이버소설은 소재를 깊이 있게 해석하여 새로운 진실을 발견함으로써 문학이 지닌 인식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점에서 부족함이 없다. 문학적 소통의 공유라는 즐거움에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는 것이 사이버소설의 존재방식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제재적 엽기성이나 자극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대중의 공감대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다. 소통으로서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문학의 독자적 가치체계를 준수하는 문예미학적 인식의 즐거움을 제공할 때, 사이버문학은 활자매체의 전통소설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세계를 온전히 개척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사이버소설은 비교적 고급문화를 향유하려는 소수의 인터넷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그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 확실한 방법은 사이버소설에 다가오는 수용자들로 하여금 작자와 거의 대등한 입장에서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창작에 일정 정도 간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인터넷에서 사이버소설의 독자들은 수용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인 즉 수용창작자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이버소설의 수용자인 독자를 어떻게 고급의 독자로 나아가 수용창작자로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연구와 노력은 사이버소설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 참고문헌*
-도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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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1. 조미숙, 「현대소설의 내러티브 연구」, 인문과학논총, vol.39. 2003
2. 민병일, 「사이버소설의 미학적 특징 연구」, 대전대학교 대학원 석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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