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상징

by 방정민

병든 상징


병든 독수리 한 마리 날고 있다

제 힘으로 슬픔을 먹지 못하는 새

어둠 속을 불안하게 날다가

지친 초승달에 기대어

내가 불러주기만을 기도하는 새,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시간은 언제나 남아있으니

내 마음이 가리키는 영원한 섣달그믐

이 안타까운 마법에서 풀려나길

어둠을 먹어보지만

먹은 만큼 또 어두워지는 끔찍한 시간들

눈을 감았다 떠 보니

멀어진 풍경들, 초승달에 걸린 슬픔이

앙상하게 아름다워 보인다

내 마음 속에서 유약하게 날고 있는

슬픈 독수리 한 마리

상징이 병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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