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 리뷰

by 방정민

<인터스텔라>

미국 SF영화 치고 지구의 미래가 밝은 경우는 거의 없다. 이전에는 핵전쟁으로, 얼마 전에는 인공로봇이나 발달된 기계로, 최근에는 오염 등으로 지구는 멸망한다는 것이다. 암흑 같은 죽음뿐이거나 심지어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탈출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는 최근의 과학적 사실에 근거를 두면서도 인문학적인, 철학적인 결론으로 영화를 매조졌다. 감독의 역량이자 그의 영화가 항상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염 등으로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죽어가는 사람이 비일비재한 미래의 지구! 나사는 지구를 버리기로 한 가운데 다른 행성을 찾고 있다. 한 때 우주비행사였던 쿠퍼(매튜 매커너헤이)는 옥수수나 키우는 농부로 살다가 황사가 덮친 어느 날 뭔가에 이끌려 나사를 방문하게 된다. 그러면서 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행간을 여행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지구를 대신할 행성을 찾을 수 있을지… 가족과는 어떤 관계가 이어질지…

아주 화려한 영상이나 엄청 놀랍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원했다면 이 영화는 분명 실망스럽다. 새로운 행성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만나는 웜홀이나 블랙홀의 장면은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3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에서 이 장면은 일부에 불과하므로 전체적으로는 크게 흡족하지도 않다. 그러면 이 영화가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는가? 라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 3시간가량 넋 놓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흡인력도 좋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겉으로는 SF영화를 표방하지만 속으로는 결국 ‘시간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시간이란 어떤 의미인가? 절대적인 시간이란 있는가? 시간이 상대적이라면 그런 시간 속에서 너와 나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굉장히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질문을 하는 영화다. 놀란 감독은 항상 이랬다.

지구와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는 행성. 그 행성에서 1시간이 지구에서는 7년쯤 되는데, 우리는 이런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한 시간인가! 행성 사이를 여행하고 돌아온 아빠는 그대로인데 지구의 딸은 이미 120살이 되어 죽어가고 있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시공간이 정말 절대적인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우리의 시공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결국 이 영화는 시간의 위대함을 말하고 있다.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위대함이 바로 시간이니 현재의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존재가 바로 시간이기 때문이다. 지구와 시간의 차원이 다를 뿐 그 어떤 행성에서도 과거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시간을 두려워하며 매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아빠가 지구인을 위해, 딸을 위해 행간 여행을 선택했을 때 어린 딸은 자기 방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그것이 유령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은 다른 행성에서 블랙홀을 타고 온 아빠가 어린 딸에게 주려고 한 메시지였던 것이다. 한 시공간에서 또 다른 시공간의 같은 인물이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신이나 유령이 우리를 여기(웜홀이나 블랙홀을 통해 이동한 시공간)로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를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바로 간절함이다. 너와 내가 소통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으면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서도 또 다른 차원의 시공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의 3차원과 은하계 밖 다른 행성의 5차원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사랑이라고, 이 사랑이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고 감독은 말하고 싶은 것이다.

상대성에 지배받는 인물 사이의 관계, 그 관계에서 사랑이야말로 궁극적인 구원이니 지금 현재 당장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던지고 있는 듯하다. 구심력과 원심력의 차이, 3차원과 5차원의 차이 등 이 모든 시공간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감독은 결론내리고 있다.

시간 속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태어나서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은 가혹하고 니힐적이기까지 하다. 이 허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자아(존재)의 연속성이나 동일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바로 사랑이고 현재를 즐기는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길만이 이 인생의 시간이 주는 허무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영화를 통해 이런 작은 진리를 알아 가면 어떨까…

개인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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