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 끄는 할아버지

by 방정민

손수레 끄는 할아버지


동네 구석구석 다리 팔아

하루 종일 주워 모은 폐지

수북이 쌓이자

손수레

아, 아, 안간힘을 낸다

“젊은이 이것 좀 같이 들어줄라우?”

목욕탕을 막 나와 집으로 향하고 있던 나는 순간 멈칫한다.

“할아버지, 더 담을 수 있겠어요?”

양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세상의 폐지,

무심코 지나가는 나에게

버거운 손수레 위로 자신을 올려달란다

폐지가 하나씩 쌓일수록

할아버지 등도 한 겹씩 굽어가고

손수레 뒤뚱거릴수록

할아버지 무릎도 긴 세월만큼 쓰러져 간다


갑자기 끽, 하며 서는 외제차

에서 내리는 노란머리 어린애

“할아버지, 혹시 저 건물 근처에서 폐지 주워갔죠?”

노란머리가 가리키는 건물은 평당 3천만 원이 넘는 오피스텔

“그랬나, 뭐 잘못 버린 거 있수?”

“네. 중요한 것이 들어 있어서요.”

“이것 좀 풀어보세요.”

“그러기는 좀 어려운디. 다시 묶기 힘든데…”

“아, 어서요! 사례금을 줄 테니.”

힘겹게 묶은 손수레 줄을 풀자

와르르 할아버지의 고단한 일상이 무너진다

노란머리 조금 뒤적이다 한 서류봉투를 찾는다

“이거예요, 찾았다. 할아버지, 미안한지만 내가 바빠서 가야 하는데 얼마 주면 되겠어요?”

“아니, 안 줘도 돼요. 내 것도 아닌데…”

“그래도 다시 묶어야 하니까 사례금 드릴게요. 빨리 받으세요. 만 원이면 되겠어요?”

“아니, 그 정도…”

“그럼 2만원, 아니 3만원 드릴게요. 됐죠?”

“아니, 그렇게나 많이? 600원이면 되는데…”

“그냥 받으세요. 그러면 전 갑니다.”

복권이라도 당첨된 양

손수레 할아버지의 주름에 환한 꽃이 핀다

휑하니 왔다 쌩하니 가버린 노란머리 외제차

“아이고 이런 횡제를… 이걸 받아도 되려나…”

“할아버지, 제가 도와드릴게요. 다시 묶으세요.”

“이런, 안 그래도 되오, 젊은이. 그러면 내가 너무 미안한데.”

도와드리는데 고작 1분가량,

“젊은이! 복 받을 거야. 고마워!”

‘복은 할아버지가 받아야죠. 아니, 할아버지 같은 분이 없어야죠.’

둥근 세상, 둥글지 않은 듯 둥글게 잘도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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