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음 소희>리뷰

by 방정민

<다음 소희>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현실의 처절한 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화, 대부분 새드엔딩인데 이런 영화가 좋다. 무작장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희망을 준다는 의미는 있겠으나 영화관을 나서면 곧바로 잊어버린다. 그러나 처참하게 불행으로 끝나는 리얼리티 영화를 보면 그 감동이 아주 오래 간다. 우리의, 나의 현실을 되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리얼리즘 문학(예술)의 힘이다. 영화 <다음 소희>가 그렇다.

소희(김시은)는 의례 또래 학생처럼 발랄하고 춤을 좋아하는 특수학교 고등학생이다.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대기업에 간다고 과장해서 말했는데 막상 가보니 노동착취가 일상인 콜센터 감정노동자의 일이다. 막말을 해대는 가입자(국민)의 욕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받아내고 자신한테 배당된 하루 건수를 다 채우기 위해 날마다 초과근무하며 압박에 시달린다. 거기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성과급도 제때 주지 않는다. 이중노동계약서를 쓴 것이다. 집안이 가난해 이를 악물고 다니다 참지 못해 손목을 긋는다. 소희는 병원에 실려가고 부모님은 그 고통을 외면한다. 그러다 결국 정신이 피폐해져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3일간 강제로 집에서 쉬게 되는데 소희는 맨발로 해진 슬리퍼를 신고 강물에 들어간다. 그 후 어떤 문제로 전근을 온 형사(배두나)는 이 문제를 자살로 끝내기가 찝찝해 계속 판다. 현장실습을 보낸 학교의 문제, 콜센터 현장의 살인적이고 비인간적 착취문제, 이 사건을 다루는 노동청과 교육청의 문제 등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점을 파헤치며 분노한다. 소희는 자실이 아닌 사회적 타살인 셈이다.

대한민국만큼 살인적 경쟁사회인 나라도 없을 것이다. 다른 선진국이라 해도 사회가, 회사가 즐겁기만 하겠는가. 인생도 즐겁기만 하겠는가. 모두 고해가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일터가, 사회가 지옥이어야 하는가. 고통만 주는 일터에서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는가. 그러면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무덤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렇게 살인을 부추기는 사회인 것이다. 1%의 행복을 위해 99%가 처절하고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사회다. 갑질이 만연한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꼭 어린 학생만 피해자는 아니다. 나는 박사 3개를 가지고도 한 달에 60여만 원밖에 벌지 못하고 그것도 학생의 갑질로 학교로부터 여러 번 짤리기까지 했다. 대학에서 수업 시작하자마자 대놓고 엎드려 자는 학생을, 뒤에 앉아 게임을 하는 학생을 야단치면 되려 학생이 왜 야단치냐고 고함치고 난리피우고 강의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그러고 나면 강사인 나는 교무처장이나 학과장한테 불려나가 야단맞는다. 그것이 대한민국 지방 사립대학의 현실, 그곳에서 강의하는 강사의 처절한 현실이다.

이 영화는 2017년 실제 통신회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생의 자살 사건을 다루었다. 그래서인지 특성화고 현실, 특히 현장실습을 나가는 고등학생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다루었다. 그러나 무조건 남자는 가해자, 여자는 피해자, 상사는 가해자, 부하는 피해자, 학교는 가해자, 학생은 피해자라는 식으로 다루지는 않아 다행이었고 새로웠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었고 우리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콜센터 남자 과장도 결국 회사의 폭력적 업무지시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였고, 학교도 취업률이라는 정량평가로 행정적 지원을 하는 교육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을 그런 곳에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 통신 가입자(국민)는 콜센터 직원에게 무조건 욕만 해대는 가해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해지하는데 무려 28번을 전화해도 해지가 되지 않으면 누가 욕을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여성 콜센터 직원이 해지를 도와주면 여성 과장이 와서 나무란다. 왜 해지하게 내버려 두냐고. 과장도 이러고 싶어서 비정규직 콜센터직원을 나무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회사의 폭압적 무한경쟁 현실이 문제가 아닌가. 세상이 왜 이런지. 이렇게까지 폭압적이고 폭력적이어야만 회사가 돌아가는가. 서로 조금만 배려하고 실적 우선만이 아닌 사회면 우리 사회가 금방 무너지는가.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셈이다. 이런 사회를 바꾸지 못하는 것도 결국 국민의 책임이니까!

다음의 소희는 형사(배두나)이고 나이고 당신일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소희를 양산할 것인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20년 전 개콘에서 외쳤던 한 개그맨의 개그다.

개인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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