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리뷰

by 방정민

<파묘>

한 장르만 끊임없이 파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오컬트 장르를 계속 영화로 만드는 감독이 있다. 장재현 감독이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어 다시 오컬트 영화 <파묘>를 만들었다. <검은 사제들>은 외국의 영화에서 많이 보던 장면과 장치가 많았고(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약간의 감탄이 있었다), <사바하>는 개인적으로 오컬트 영화의 깊이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다만 이 작품이 대중적이지는 않아 큰 성공은 못 거두었지만. 이번 영화 <파묘>는 대중적이면서 한국적 오컬트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 다만 오컬트의 정석(믿음, 악령 등)을 따르지 않고 한국적 신비주의(굿, 무당, 풍수 등)와 한국인의 친일에 대한 반감의식을 결합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평가가 갈릴 것 같다.

미국의 LA에 한국의 거부(거대한 부자)의 장손이 이상한 병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한다. 병원에서는 치료가 안 된다고 하자 한국인 무당을 부른다.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이 집에 와서 보고는 묫자리가 문제라고 결론 내린다. 이장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국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한국에 있는 조상의 묫자리를 찾아가 살펴본 상덕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 중의 악지라고 한다. 잘못하면 이 일에 참여한 사람 모두 죽을 수 있다며 거액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화림의 설득으로 굿을 해 귀신을 막은 후 이장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나오면 안 되는 것이 나오면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영화는 130여 분 동안 내내 긴박감을 유지할 정도로 연기와 편집, 음악 등이 뛰어나나 그 긴장감은 결국 당혹감으로 끝난다. 오컬트의 정석은 ‘믿음이란 무엇인가, 악령이란 왜 나오는 것인가!’, ‘사람의 마음이 빚어낸 그릇된(폐쇄적) 믿음과 과도한 확신의 문제’ 등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오컬트 영화로 최고의 작품은 <곡성>이었다. 합리적 이성을 상실한 사람들이 빚어낸 과도한 믿음(아집과 확신)과 타인에 대한 배척 등이 어떤 파멸을 낳는가, 라는 아주 깊이 있는 의문을 던진 작품이었다. 이런 주제의식에 가까운 것이 장재현 감독의 전작 <사바하>였다. 다소 소재가 복잡해 집중하기가 쉽지 않고 대중적이지 못해 스코어로는 큰 성공을 못 거두었으나 비교적 깊이 있는 작품이었다. 이 <사바하>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 작품 <파묘>는 소재도 단순하고 편집도 아주 집중적으로 잘 만들었다. 긴장감을 시종일관 유지할 수 있게 상당히 신경 썼다. 배우들의 연기, 음향, 점층적 편집, 음산하고 어두운 화면(배경)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하고 대중적이다.

그러나 오컬트의 주제를 한국인의 친일에 대한 반감과 결합해 버렸는데 이 점이 문제적이다. 즉,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투쟁하면 3대가 망한다고 하는데 친일해서 엄청난 부자가 된 그 후손들을 벌주는 방식이 오컬트라는 것,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적인 것이다. 하나는 정식 법으로 이들을 처단하고 처벌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뭔가 찜찜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법으로 처벌을 못하니 이런 신비주의인 오컬트라는 영화적 방식으로라도 벌을 줘서 다행이라는 한국인의 심리가 그것이다. 아무튼 대중 영화로는 한국인의 관객에게 더 다가갈 수 있겠으나 오컬트 영화의 주제 의식으로 합당한지는 의문이다. 감독이 지나치게 한국관객을 의식한, 즉 스코어라는 대중성(흥행성)과 손쉽게 손잡은 측면이 커 보인다. 친일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한국인(반일종족주의 이영훈과 뉴라이트를 믿는 한국인 등)의 친일적 사고와 친일국민은 반드시 지금이라도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영화는 영화인데, 오컬트 영화 주제로 이것이 맞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오컬트 영화는 그 주제와 성격 상 대부분 열린 결말로 끝난다. 그러나 조금만 분석해 보면 위에서 말했듯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광신적 믿음과 악령이 어디에서 비롯하였는가, 이런 믿음이 어떤 파괴를 초래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어쨌든 약간의 열린 결말로 끝나는데 이 영화 <파묘>는 친일과 결합함으로써 완전한 닫힌 결말(특히 정상적인 한국인에게는)로 끝난다. 대중적이나 조금은 손쉬운 결말이다. 그러나 감독의 오컬트 장르에 대한 의지와 영화를 풀어내는 새로운 방식은 박수 칠만 하다. 외국의 오컬트 장르를 한국식 신비주의, 즉 풍수와 장의사, 무당, 굿 등과 결합해 한국식 오컬트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다음 작품은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오컬트 영화를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개인별점: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화 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