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 벤치에 앉아
강가 벤치에 앉아 느낀다
쫓아오지 않아도
언제나 찾아오는 이에게
그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는 자연을
인간이 이름 붙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너머와 경계 사이
다 담을 수 없는 수많은 변화들이
기어이 찾아온 이별과 이어진 예정된 만남을
기다림과 쓸쓸함 사이 다 헤아릴 수 없는 감정들로
파르르 떨리는 윤슬마냥 빚어낸다
알고 있었지만 떠난 빈자리는
항상 차다
언제나 다시 와도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과거 안의 너, 현재 밖의 나
나는 너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너와 나
너와 내가 다 알지 못한 우리의 풍경을
사무치도록 뒤늦게 깨닫는다
사람들은 모른다
흐르는 강물엔
어제의 아픔과 오늘의 서러움과 내일의 외로움이 없다는 것을
내가 사라지고 너가 사라지고
너와 내가 사랑했던 풍경들이 사라진 어느 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어
서로를 꼭 끌어안아야 한다
강가 벤치에 앉아
어제의 지는 석양과 오늘의 떠오르는 태양을 본다
같아도 같지 않은 이 모든 자연의 변화를
그제야 올곧이 느낀다
나를, 너를,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변화하는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아련한 마음을
♣ 시 후기: 늦가을 또는 초겨울 어느 날 강가 벤치에 앉아 한없이 변화하는 강을 멍하니 바라본다. 나, 너, 우리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로지 변화하는 자연만이 느껴진다. 춥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