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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지환 OSCAR JOO Dec 26. 2019

승무원 불편한 유니폼 꼭 입어야 되나?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의 진정한 의미 탐구

'승무원 유니폼에 대한 정확한 의미'

지금 열심히 현장에서 비행을 하고 있는 현직 승무원들에게 유니폼은 크고 작게 여러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저 역시도 승무원으로 일했던 시간들을 돌이 켜봤을 때 단순히 유니폼을 입고 일한다는 것에 좋은 점을 느끼기도 했고 반대로 불편했던 적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유니폼이라는 제복이 가지는 정확한 의미를 얘기하기 이전에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에 입장에서 당장 느껴지는 느낌을 얘기했을 때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옷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유독 다른 승무원들에 비해 사복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출근할 때 옷 걱정이 없다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유니폼만 잘 관리해서 계절에 맞게 입으면 됐었죠. 


물론 여전히 단점도 존재했습니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순간만큼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편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유니폼은 보기에 멋있고 예뻐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다지 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옷들은 아닌 듯합니다. 우리가 간혹 행사나 경조사에 정장을 입으면 불편한 것과 비슷한 이치겠죠. 물론 신체적인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사실 편하지는 않습니다. 기내에서 실제 승객을 대면하고 일하는 시간에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을 하는 직업의 특성상 비행 업무 전후로도 항상 겉으로 보이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편함을 느낄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니폼을 당장 입고 기내에서 실제 일하는 승무원에 입장에서는 각자에 이유로 장점과 단점을 꼽을 수 있겠지만, 사실 승무원이라는 직업에게 유니폼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니폼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사실 굳이 입을 필요는 없겠죠. 여전히 승무원이 기내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업무들, 그게 서비스든 안전이든 잠옷을 입고서도 할 수 있는 일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편하게 청바지에 폴로티셔츠를 입고도 승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면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서도 여전히 기내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응급 환자에게 CPR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굳이 유니폼을 입는 것에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여전히 많은 승무원을 꿈꾸는 지원자들은 이에 대해 정확한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떤 항공사에 유니폼이 예쁜지 그리고 나에게 어울릴까에 대한 고민은 한 번쯤 해봤겠지만, 정확히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왜 유니폼을 입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우선 승무원이 아니어도 유니폼을 입는 직업은 많습니다. 한국말로 굳이 말하자면 제복을 입는 여러 직업들이 여전히 많죠. 당장 가장 가까이에서 같이 일하는 기장, 부기장이 있고 이외에도 군인, 경찰, 소방관 등도 정해진 유니폼을 입습니다. 승무원에 국한 짓지 않더라도 유니폼을 입는 직업에게 유니폼이 주는 업무적인 의미는 통일감과 소속감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팀에 소속되어 어떤 일을 하느냐에 대한 통일감을 기본으로 한 소속감까지 주게 됩니다. 이로 인해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자연스럽게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에 따라 내 정신과 마음가짐 그리고 더 나아가 전체적인 태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승무원의 경우 유니폼을 입는 순간 기내에서 승객을 대면하며 예쁘게 서비스하기 위한 유니폼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유니폼을 입는 순간 자연스럽게 나에게 생기는 그리고 타인에게 보이는 자세와 태도는 자연스럽게 탑승한 승객에게 프로페셔널함이 전달되게 됩니다. 당장 평시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기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상 상황에서는 조금 얘기가 달라집니다.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기내 전체 승객들을 지휘해야 하는 지휘자로서 역할을 해야 할 만큼 사고 전후로 긴급해진 상황에서 그날 내가 담당한 문을 개방하고 정해진 구역 내에 승객을 탈출시킨 뒤, 구조대가 오는 순간까지 생존을 위해 매뉴얼에 따라 승객에게 지시하며 진행되는 여러 과정에서 나를 믿고 따라줘야 하는 승객에게 프로페셔널함이 탑승 때부터 사고 직전까지 전달되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 누구도 내 말을 믿고 따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승무원으로 안전 교육을 받고 직접 현장에서 일했던 전직 승무원 강사에 입장에서 너무 무서운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긴급한 상황에서 교육을 받고 매뉴얼에 따라 지시하는 승무원에 지휘를 무시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무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발생 직전까지 평시에도 기내에서 나에 대해 자연스럽게 지휘관으로서의 흐트러지지 않은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과정에서 유니폼은 승무원을 항상 긴장하게 만들고 자세와 태도를 보여줄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더 나아가 긴급한 상황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시간 속에서도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는 것은 빛을 발하게 됩니다. 


만약 몇 백명의 승객이 우왕좌왕하는 속에서 승객과 똑같이 비슷비슷한 사복을 입고 있다면 누가 지휘자인지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승무원을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휘자로서의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유니폼은 분명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점점 더 예쁘고 화려 해지는 유니폼에 대해 부정하거나 유니폼에 보이는 미적인 부분에만 관심을 가지는 지원자를 탓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도 일부는 인정합니다. 제복이 주는 단정하지만 화려한 분위기에 취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점점 더 경쟁이 과열되는 항공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각자의 항공사만이 가진 독특한 색깔을 보여주기 위한 더 나아가 회사의 멋진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마케팅의 수단으로 유니폼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공사를 떠올릴 때 그 항공사의 회장이 누구인지 혹은 로고, 항공사의 국적 등 다양한 부분을 떠올리지만 승무원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리고 떠올린 승무원에게 가장 먼저 따라오는 것은 유니폼이죠. 항공사마다 회사에 색깔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 유니폼인 만큼 항공사들은 경쟁하듯 더 화려하고 예쁜 그러나 실용적인 유니폼을 만들기 위해 힘을 쏟습니다.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강조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겉으로 보이는 부분을 통해 항공사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는 것이 유니폼이지만, 그 이전에 본질적으로 승무원이라는 직업에게 유니폼이 가지는 정확한 의미에 대해 올바르기 이해하고 있다면 지원자에 입장에서 조금 더 다른 시각으로 승무원 유니폼이 보이지 않을까 확신합니다. 


더 나아가 다양한 회사마다 가진 유니폼에 겉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부분들 이외에 실제 서비스를 하고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순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글이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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