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갑자기 달라 보이는 순간
샤워를 하고 나온 아이에게 말했다.
"머리 말려줄게, 이리 와 봐"
속옷 차림으로 내 앞에 커다란 아이가 서 있다.
"아이쿠야, 너 왜 이렇게 크냐?" 매일 놀란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내 앞에 서 있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기 위해 '강'으로 스위치를 높였다. 강세기의 바람은 예상대로 시끄러웠다.
나의 오른팔은 드라이기를 최대한 위로 올려준다.
왼팔도 들어 올려 아이의 젖은 머리카락을 흔들어준다.
팔만 움직이고 싶은데 양쪽 어깨가 자꾸만 올라간다.
재빠른 손놀림과 강풍도 무리였다.
"야 안 되겠다. 의자에 앉아줄래? 엄마 어깨 아프다.
언제 이렇게 컸니.. 어이구! 이제 네가 혼자 말리지그래?"
아이는 씩 웃으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내 눈엔 여전히 아기 같은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 아이와 시소를 탔다.
시소는 당연히 무게가 몇 배인 어른 쪽으로 기운다.
가벼운 아이와 무게를 맞추겠다고 앞쪽에 앉아본다.
그도 안되면 팔힘으로만 시소를 움직인다.
아이가 깔깔깔 웃는다.
팔은 아픈데 나는 이미 함께 웃고 있다.
놀이터에서 시간을 쓰기가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엄마는 아이와 밖에서 시소를 타는 일은 줄었지만 여전히 바쁘다. 건강을 챙겨야 하고, 엄마 개인의 성취도 챙겨야 하고, 돈 벌 궁리도 해야지 않은가.
시소의 중심축에 있는 그것들 말이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한다. 다 잘하고 싶다.
잘하려니까 힘이 들어가고 평행을 유지하려니 더 센 힘이 요구된다. 내 눈에 아기인 어린이인 청소년인 아이가 여전히 앞에 있다.
"시소 탈까?" 이제는 같은 위치에 앉아 발을 떼낸다.
엉덩이가 쿵 하고 바닥에 닿는다.
나는 안간힘을 다해 내쪽으로 무게를 옮겼다가 발을 떼었다. 이제 더 이상 시소는 기울지 않는다. 아이가 자랐다. "흐흐흐~언제 이렇게 컸니" 여전히 아이와 나는 함께 웃는다.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아픈 줄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