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엄마들이랑 놀지 마

나를 일으키는 사람들

by 연서

”이번 달 독서모임 책은 차인표 작가의 인어사냥입니다 “

나는 몇 개의 엄마들 모임이 있는데 특징이라면 아이들끼리 친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책얘기 마지막즈음 한분이 물으셨다. 욕망이 뭘까요, 여러분은 욕망이 있으세요?

[인어사냥줄거리]
덕무는 자신의 아픈 딸 영실을 위해 공영감이 건네준 인어기름을 먹였다. 아이가 생명주머니에서 나온 그 기름을 먹고 기운을 차리자 덕무는 공영감이 제안한 거래를 하게 된다. 덕무는 반은 물고기이고 반은 사람형태를 한 인어를 찾아 목숨을 걸고 바다로 나간다. 인어를 잡는 데 성공하고 기름을 내면 공영감은 반을 가져가기로 한다. 덕무는 새끼인어 두 마리를 잡았는데 둘은 찔레와 영덕이었다. 새끼의 울음소리를 듣고 어미가 오면 어미인어를 잡아 인어탕을 끓이고 인어기름을 얻을 계획이었다. 덕무의 딸 영실은 사람과 닮은 새끼인어를 찔레와 짱아라고 불렀다. 덕무는 아픈 딸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지만 덕무의 딸 영실은 새끼인어를 죽일 수 없었다. 인어기름을 먹고 싶지 않았다. 자연이 거스르는 일을 원하지 않았다(중략)


소설 속 덕무는 어쩔 수 없는 욕망을 품었고 공영감은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나는 말했다. “저는 욕망 덩어리예요, 그중 자식의 행복을 바라면서 실제로는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가기를 바라죠, 뭘 좋아하는지, 어떨 때 행복해하는지 보지 못한 채요.. “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거짓은 아니다. 좋은 대학 갔으면 하고 바라는 건 욕심일 수 있지만 작은 바람이라면 공부라는 껍질 안에서 (엄마가 바라는 걸 포장한다면) 시련을 극복하는 법, 너는 할 수 있다는 용기, 약속의 중요함 이 세 가지를 꼭 배우게 하고 싶었다.

성적이 떨어져도, 문제가 안 풀려도, 함께 공부하던 친구의 성적이 나보다 잘 나와도 헤쳐나가고, 꾸준히 해보니 되는구나, 안 풀리던 문제가 풀리고, 친구를 도와줄 수도 있게 될 때 용기를 갖게 되길, 머리나 배가 아파도 지각과 조퇴를 하지 않고 학원시간, 숙제도 모두가 약속 아니던가! 껍질의 형태가 공부가 아니라도 상관은 없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밤톨이(저의 아이)에게는 공부라는 프레임 안에서 이 세 가지를 성취하길 바라고 있었다.


다른 분들은 어떨까. “저는 욕망은 없는 것 같아요. 아이가 원하는 걸 함께 원해주는 게 욕망이었을까요?”

“외국 나간 아이가 너무 그리워요. 욕망이 뭘까요.. 지나고 나면 못해줬던 것만 생각나요. 지금 잘해주세요”

“제가 부모라면 자식이 아파서 인어기름을 먹고 자식이 살 수 있다 해도 인어를 죽이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욕망보다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는 이분들의 말을 듣다 내가 내린 어렴풋한 결론은 “순리대로 간다”였다.


욕망이라 함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큰 에너지이자, 때로는 문제를 일으키는 힘이라고 한다.

원하는 것이 더욱 강렬해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겠지, 말씀하시는 한분 한분 욕망마저 아름답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운 날 포근한 이불 같은 그들과의 대화에 이것이 책의 힘일까 싶게 감사한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동네 엄마들이랑 놀지 마, 인간관계에 너무 애쓰지 마라고 말한다. 나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건강한 커뮤니티라면, 오해하고 판단하지 않는 친구라면 삶의 위로가 될 때가 훨씬 더 많다. 다른 견해는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잘못을 뉘우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미혼자인 지인, 딩크족, 아이를 엄청 예뻐하는(나와는 다른)지인, 다 키워놓은 선배맘, 경험치 다양한 다자녀를 키우는 지인, 사고뭉치 아이들을 키워 너덜너덜해진 지인. 모두 그 안에서 공감해 주고 다른 시선을 말해준다.


“우리는 엄마잖아요, 자기는 연서(제 필명입니다)이기도 하지만 밤톨이에겐 엄마잖아요: 엄마는 자식을 품어줘야 해요”

“연서야 왜 아이를 믿니? 아이를 믿지 마, 아이를 믿는 너 자신을 믿어 “

“내가 밤톨이의 마음을 너무 잘 알겠어, 나도 그랬거든..”

”어 차피 지지고 볶는 거야~ 이집저집 다 똑같아요 “

“밤톨이는 괜찮아? 안쓰럽다.. 너는 일단 나와, 나랑 놀자 “

“잘될 거라고 믿어, 아이들도 계속 변한다? “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인데 세상에 태어나 가장 힘든 일 또한 그 일이다.

하지만 나무껍질만 보고 있는 내게 나무가 아닌 숲을 보려면 시선을 뒤로 물러나게 해 줄 사람을 곁에 두는 게 좋은 것 같다. 아이는 온 마을이 키워야 하는 게 맞다.


눈앞이 흐려졌을 때는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공감을 받을 수는 있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안경을 쓴 것처럼 선명함을 보여준다.

진흙탕물에서도 깨끗하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아이를 믿어보자. 아 아니지 아이를 믿는 나를 믿어보자.

나를 일으키는 사람들과 함께.


image: pinterest 진흙탕물 위에서도 깨끗하게 피어나는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