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식욕에 대처하는 방법
캠브로 파아란 식판 위에 스크램블하나, 제철과일 3종이 올려진 접시하나, 유산균과 비타민이 담긴 미니종지와 물을 올려두고 밤톨이를 깨운다. 어느 날은 한식으로 임연수구이와 시금치된장국, 조미김에 흰쌀밥김밥 한 그릇분량, 작게 자른 김치를 올려준다. 고기라도 산 날에는 아침부터 올리브오일을 곁들인 채끝살구이와 미니샐러드 한 접시를 내어주고, 속이 불편하다는 날엔 알배추와 숙주, 새우나 오리 등과 함께 찜을 해준다. 전날 먹던 미역국에 밥은 종지그릇에 들어갈 만큼만 내어주기도 한다.
아침엔 속이 놀라지 않게 따뜻한 상차림을 주로 준비하고 입맛이 없을 것을 대비해 물과 과일로 식욕을 돋게 해 준다. 밤톨이가 잠을 조금 더 선택한 날이면 빠른 준비로 차린 것의 절반만 먹고 가는 날도 많다.
냉장고문을 열어 눈으로 스캔을 끝내고 나면 빠른 판단으로 한 끼를 차려내야 한다.
시험날이나 새 학기에는 속이 예민해서 물만 챙겨 먹고 가는 날도 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다시 고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부모는 존재만으로 아이의 근원이 될 수도 있지만 낳고 기르는 동안 수도 없이 차려내는 밥상은 아이를 자라게 만든다.
밤톨이만 그런 걸까 남자애들이 그런 걸까 외식메뉴도 거의 정해져 있다. 여자 친구들은 마라탕을 그렇게 먹는다던데 여기 이 녀석은 칼칼한 김치를 먹으려고 국밥, 언제 먹어도 맛난 떡볶이, 두 개쯤은 먹어줘야 하는 햄버거와 시간이든 돈이든 뭔가 부족한 날에는 편의점에서 배를 채운다.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밤 10시에도 12시에도 배가 고프다면 엄마는 뭐든 차려내야 한다.
성장판이 열려있을 때 연료를 넣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은 음식점이 되고 엄마는 요리사가 된다.
요리솜씨가 없는 집이라도 라면과 반조리제품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잠들기 전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은 “내일 아침 뭐예요”이고 두 눈이 마주치면 내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먹을 거 없어요?”다.(엄마를 보면 뇌가 말을 하나? 생존에 유용한 사람 등장, 먹을 것을 요구할 수 있음!이라고)
활동하나를 마치고 나면 다시 허기가 지고 외출 한 번이면 밥 한 끼를 다시 차려야 한다. 분명히 급식비는 내고 있는데 식비도 줄줄, 분명히 냉장고를 채웠는데 어느새 텅텅이다.
등갈비김치찜은 밤톨이가 좋아하는 메뉴다. 친정엄마 레시피를 흉내 내다보니 제법 그럴싸한 맛이 난다.
단골정육점에서 국내산 등갈비 근막을 제거해 푸짐하게 담아 온다. 잠시 핏물을 빼고 흐르는 물에 뼛가루를 씻어낸 후 끓는 물에 불순물을 데쳐낸다. 여기까지가 가장 손가고 중요한 것 같다.
시어머니표 매실고추장과 약간의 간장, 마늘, 후추, 참기름, 매실을 넣은 양념장을 뽀얀 살점이 붙은 뼈 위로 넣고 조물조물 마사지해 양념이 스미도록 수분 간 둔다.
이제 드디어 묵은지등장! 꼭지는 떼지 않고 그대로 약간의 속을 털어내고 뼈 위를 덮어준다. 육수나 물 위에 육수가루 몇 봉을 털어 넣어 끓이면 끝이다. 40분 이상 푹 끓여 김치와 등갈비가 야들야들 해 지면 파를 추가해 마무리한다. 밤톨이 요청으로 흰쌀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계란말이나 계란찜과 함께 등갈비김치찜을 내어주면 풀배터리충전완료.
잘 먹으면 예쁘다지만 먹은 지 얼마 안돼 또 먹을 것을 찾을 때면 엄마는 뭐 하는 사람인가 생각하게 된다. 메뉴판이라도 걸어놓아야 하나. (좋은 아이디어 공유받습니다!)
야식은 식빵(토르티야)에 라구소스(또는 시판용 피자소스) 바르고 피자치즈와 파슬리가루 톡톡 뿌려 미니피자를 만들어 본다. 먹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의 마음이 이런 걸까, 화가 나다가 도 둥지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아기새의 생존 책임이 내게 있을 것만 같다. 잘만 커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