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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Jul 21. 2020

손을 묻는다

모래 산,

걸음의 무게를 견디는 곳을 골라 땅을 판다


중심으로 흘러는 모래 때문에

더디게 커지는 구덩이          

빌어먹을 을 떼어내


얼른


검은 바닥으로 던진다


목이 부러진 손이 작별인사를 하자

빛바랜 박수소리가 먼 메아리로 사라진다


발을 놀려 흙을 덮는다 몸을 누인다

침엽수의 어린순으로 올라오는 허연 손가락


접힌 손톱은 기어이 부러지지 않는다


시린 아침을 뒤집어쓴 먼지가

입 안으로 내려앉는 산       

구름이 지상을 노려본다 궤적마다 질책이다


축축해진 바지 앞섶으로

인주(印朱)에 몸을 불린 벌레가 몰려든다


죄 묻은 손이 죄 닦은 손에게

수화(手話)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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