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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Sep 18. 2020

모든 것이 비껴간 골목에 서 있었다

모든 것이 비껴간 골목에 서 있었다.


곧 담화를 시작할 것 같은 어둠

겨우 기침을 참고 있는 보도블 사이


제대로 지 못한 초성을

매단 나무들이 온을 지우려

회색 바다로 걸어 나가던 곳에서


변변한 번호 하나 새기지 못한 눈이

자신의 원주율을 셈하고 있을 때


골목은 소실점을 뭉치고 있었다


그때,

취한 내 두 발을 멈춰 세운 건

어느 여름이었을까.


당신의 손가락이 쓰다듬던

침묵의 표면에선

어느  배어 나오고 있었을까


골목 골목으로 이어진다

밤이 어둠을 안고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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