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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Sep 19. 2020

오늘의 옆에 오늘을 놓는다

글자를 줄 세우지 못하는 날이 이어진다

어제는 오늘의 옆에 서지 못한다


제 고개를 숙여 분수를 만들려던 아이가 입을 다문다

을 비운 고양이가 떨어져 나온 아스팔트 조각을 핥는다


버려진 가스레인지의 화구에서 까르르 소리가 올라온다


봇대를 내다보던 여자가 거실 안으로 뒷걸음질한다

액자를 벗어나지 못한 달이 습기에 우그러진다


경계석의 모서리를 칼로 잘라내면 다리를 숨길 수 있을 거야

모눈을 따라가던 사람들이 사방을 잃게 될 거야


노루의 털에는 하나의 결만 있다는 걸 눈치챌 거야  

이 동네에 아무도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는 걸 이해할 거야


어제에서 어제를 파낸다

오늘의 옆에 오늘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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