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흔 (夜痕)

by 너무 다른 역할

나를 넣는 너를 만들었다

초침만 흐르는 밤이었다


뒷모습은 그렇게도 방비가 없어서

너를 기억하기로 했다


걸음의 날숨마다 하나씩의 둥지가 지어졌다


닿는 길은 천박해서 내내

쓰다 버린 소로를 상상했다


밤의 초침을 세며 갈래를 늘리는 건

자신이 알던 사람이 아니라고

나를 담던 네가 말했다


유적을 지우러 다니는 여자의

신발을 꿰맨 적이 있다


바늘을 향한 여자의 발가락은

한숨의 길이만큼 닳아있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의 활폐를 복기했다


신발이 완성될 때까지 여자는

공들여

숨을 쉬지 않았다


너의 안으로 들어가 몸을 땋는다

잎 뒤에 빛을 숨긴 나무가 가지를 기울인다

주워온 분침을 달궈 입구를 닫는다


밤의 흔적이 남기 시작한다

멈췄던 시간이 흔들리고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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