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수다스러운 소녀입니다
책은 손에 잡히는 실물이어서 늘 반갑다.
그래서 누군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이 손을 타고 내 몸으로 연결되는 기분이다.
그런 식으로 우리의 몸과 친교(親交)하는 것들이 몇 가지 더 있지만,
손에 들린 책의 질감에는 도무지 쫓아오지 못한다.
엄마는 몇 번이나 주저하고 , 몇 번이나 의욕적이었다.
"이런 수필을 정말 책으로 내도 될까?"라는 질문과
"니 아빠랑도 약속한 계획이니까..."라는 확신은 번갈아 들렸다.
"난 잘 모르니까 니가 좀 수정을 해 봐."라는 부탁과
"다시 보니 OOOO 내용이 조금 더 들어갔으면 좋겠다."라는 요청도 번갈아 왔다.
그렇게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엄마의 첫 책이 실물로서 손에 들려있다.
자비출판인 관계로 정식 유통을 하지 않고
소량 인쇄해서 지인들에게만 돌릴까 하는 의견도 처음에 있었지만,
그건 몇 년에 걸쳐 쓰인 글들을 너무 홀대하는 느낌이었다.
엄마가 쓴 에세이들이 지극히 일상적이고 개인적이어서 '굳이...'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쩌면 그 일상성과 개인성이 에세이라는 장르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컸다.
엄마는 책 만드는 작업을 함께 한 나한테 고맙다고 하지만,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나는 의욕을 내서 글을 쓴 엄마한테 고마워했다.
엄마 본인에게는 70세 이전에 하고 싶은 목표 중의 하나였지만,
나한테는 엄마의 삶이 질감을 갖고 있는 글로 옮겨 적힌 것이니까.
아마 두 번째 책이 나올 때도 비슷할 것 같다.
* 책을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해보면서, 새삼 출판인들에게 감탄했다.
앞으로는 한 권 한 권 허투루 보는 일이 더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