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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Jan 10. 2020

비여행적 순간 in 치앙마이

#치앙마이 여행 사진 : B컷

우리는 여행을 떠난 곳에서, 여행에서 벗어나려 한다.

흔한 '관광 동선'에서 벗어나려 하고, 뻔한 '대표 로컬 음식' 이외의 것들을 찾으려 한다. 잠시라도 그곳의 일상에 편입하고자 하는 이런 욕망은, '한 달 살기' 같은 여행 스타일의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의무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이국적인 무언가'들을 추구하지 않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에 시선을 돌리는 것.


일상의 피로 혹은 따분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자극들로 오감을 재설정하는 것이 여행의 본질이라면, 이런 느긋한 변화는 여행의 본질을 오히려 강화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공(異空)에 머무를 시간이 한정돼 있고, 기본적인 관광을 과감하게 포기하지 못하는 여행자들에게 '여행에서 벗어나기'란 일종의 로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같이 절박한 단기 여행자들은 종종 위장술을 쓴다.



짬이 날 때마다,
두어 달쯤 죽치고 있는 장기 배낭여행자인 척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수용하겠다는 식의 반짝이는 호기심은 얼굴에서 지우고 구겨진 티셔츠에 비닐봉지를 들고 골목을 산책하거나, 만사가 귀찮다는 듯 배나 채우겠다는 표정으로 카페를 찾아들어가는 식으로. 인간의 자기 최면이란 그럴듯한 것이어서, 이런 '비여행적 순간'은 꽤 커다란 만족감을 준다. 그런 느긋한 순간에 찍은, 앵글이나 노출, 초점에 덜 신경 쓴 사진들 역시 마찬가지로 만족스럽다.






똠양꿍이나 팟타이 같이, 여행객이 자주 찾는 메뉴 같은 건 없던 로컬 식당.


친구와 점원이 다행히 중국어로 소통해서, 닭다리 구이와 비닐봉지 밥, 갈비탕 등으로 만족스럽게...사진 뒤쪽 큰 파란 통은 얼음 박스.




뷰파인더도 안 보고 걸어가며 눌러서 초점이 위쪽에 맞아버렸지만,


평범한 시멘트 기둥 아래, 아무도 보지 않을 법한 곳에 문양을 넣어놓은 센스



일상에 묻어 있는, 자연주의 아웃테리어



학교 문. 간결한 선으로 표현한 코끼리



(아마, 토요일이라) 비어있는 무에타이 체육관



큰 길에서 한 블록 들어간, 주택가에 있던 공동묘지

 

별다른 구획 없는 곳에 돌로 된 비석 하나씩만 있던.



우체국 대기실



동네 어느 골목의 초입



유치원 하교시간



점심 이후, 혼자 어슬렁대다가 들어간 카페


로컬 허브로 만들었다는 파스타는, 살짝 향이 강했으나 만족스러웠음



운전하면서 왠지 든든할 거 같은 CHAMP 세단



오후 5시. 하나둘씩 자리를 잡던 노점들



라탄 거리 맞은편의, 그라피티



카페 2층에서 본 거리



멋내지 않은 듯하지만, 멋낸 것이 확실한 명패



뭘 더 전시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벽.



노란 밴이 있는, 카페 2층의 주차장



10년 더 무탈할 거 같은 자동차



별다른 설명 없는 학교 앞 입간판.



독립적이되 친근함을 잃지 않는 길고양이들



숙취가 지배하던 오전 10시, 어느 카페.



간결미가 있던 창문 잠금쇠



ATM으로 돈 찾으러 가는 승려와 신난 개



관리 잘 된 올드카들



20바트(800원)으로 만족했던 국수



장사 준비 완료



식사 준비 완료



라면 노점



이사를 가는 건지, 장사 준비를 하러 가는 건지 모를.



아웃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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