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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Apr 06. 2020

어느 봄의 꽃잎이었을까

주말 오후, 

책장 구석에서 책을 하나 뽑아든다. 

잠옷으로 먼지를 대충 닦아내고 소파에 눕는다. 

소파를 사선으로 놓아둔 주방엔 늘 냉장고 소리가 흐른다. 

성가신 일이나, 다급한 일과는 거리가 먼 소음.


목차를  필요가 없는 책이어서, 손에 짚인 아무데나 펼친다. 

잠옷 위로 뭐가 툭 떨어진다. 

커다란 벌레인가 싶어,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호들갑을 떤다. 

자세히 보니, 


꽃잎이다. 



압화,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한 장의 꽃잎엔, 

동백의 붉은 색이 선명하다. 

바스라질까 봐 조심스럽게 만졌는데, 생각보다 부드럽다. 


어디였을까 

어느 나무였을까

어느 봄의 꽃잎이었을까


평면으로 박제된 잎에서, 계절이 풀려나온다. 

꽃잎이 습기를 뱉었던 페이지는 굳이 찾지 않는다. 

없는 기억을 만들어내기를 포기한다. 


어느 해인지도 모를 봄. 

어느 해나 같은 봄. 

그럼에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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