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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역할
Jun 26. 2020
여름의 수신호
기상캐스터의 손이 붉은 숫자들을 가리킨다
앞뒤로 티셔츠를 펄럭여 습기를 내보낸다
콩국수 개시를 알리는 종이가 식당마다 비스듬하게 붙는다
신발 위로 드러난 발가락들이 움찔거린다
손에 잡힌 무엇이든 흔들어 바람을 만든다
흐렸던 하늘에
장맛비가 날린다
야외 테이블에서 술을 먹던 사람들이 손으로 머리를 가리
며
일어난다
닭똥집을 볶던 주인이 테이블을 통째로 안으로 들인다
이젠 안녕을 떼창 하던 직장인 무리가 박수를 치며 깔깔댄다
담배를 피우던 남자 셋이 무게감 없이 건들댄다
그렇게,
하나씩 등장하는
, 여름의 수신호들
그런
신호 따위 가뿐히 위반하며
,
전격적으로 와 버린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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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신호
밤
너무 다른 역할
일을 하고, 여행을 시도하고, 사진을 반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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