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수신호

by 너무 다른 역할


기상캐스터의 손이 붉은 숫자들을 가리킨다


앞뒤로 티셔츠를 펄럭여 습기를 내보낸다


콩국수 개시를 알리는 종이가 식당마다 비스듬하게 붙는다


신발 위로 드러난 발가락들이 움찔거린다


손에 잡힌 무엇이든 흔들어 바람을 만든다



흐렸던 하늘에 장맛비가 날린다


야외 테이블에서 술을 먹던 사람들이 손으로 머리를 가리며 일어난다


닭똥집을 볶던 주인이 테이블을 통째로 안으로 들인다


이젠 안녕을 떼창 하던 직장인 무리가 박수를 치며 깔깔댄다


담배를 피우던 남자 셋이 무게감 없이 건들댄다



그렇게, 하나씩 등장하는, 여름의 수신호들


그런 신호 따위 가뿐히 위반하며,

전격적으로 와 버린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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