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무 다른 역할 Oct 26. 2020

툭, 꺼질 때가 있어


툭, 꺼질 때가 있어. 


그냥 어제처럼 희미하게 켜져 있으면 되는 건데

그러면 또 하루 아무 일 없이 지날 수 있는데


그냥 툭, 꺼져버리는 거야. 

특별한 이유도, 어떤 겨를도 없이.



근데 이상하지.

나 왜 이러지? 하면서, 나를 걱정해야 하는데, 

나 어떻게 보이지? 하면서,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게 돼.


왜 이런 절박함을 품고 사는 걸까.



생각해보니, 

내 몸 전체가 환하게 켜져 있을 때도 똑같았어. 


내가 빛난다는 건 깡그리 잊은 채,

남들만큼 밝은지 

남들과 같은 방향을 비추는지만 신경 쓰고 있었어. 


그러다 누군가 꺼져버리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수군대곤 했지.

그 위태로운 안도감을 온몸으로 내보이면서.



내가 꺼지고, 

내 옆의 누군가가 꺼지고, 

그 옆의 옆 사람이 꺼져도, 

괜찮아. 


조금 어두워지면 그뿐이야. 

우리는 어두운 곳에서 도망치려고 빛을 키운 게 아니니까. 

그저 어두운 곳과 친해지기 위해 빛을 빌려온 것뿐이니까. 


순해질 대로 순해진 어둠에 익숙해지면, 

관대해질 대로 관대해진 빛도 익숙해질 거야. 

어느 밤에 툭, 하고 꺼져도 그냥 웃고 넘길 정도로. 

매거진의 이전글 다른 사람들 인생은 그렇게 훅훅 변하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