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꺼질 때가 있어.
그냥 어제처럼 희미하게 켜져 있으면 되는 건데
그러면 또 하루 아무 일 없이 지날 수 있는데
그냥 툭, 꺼져버리는 거야.
특별한 이유도, 어떤 겨를도 없이.
근데 이상하지.
나 왜 이러지? 하면서, 나를 걱정해야 하는데,
나 어떻게 보이지? 하면서,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게 돼.
왜 이런 절박함을 품고 사는 걸까.
생각해보니,
내 몸 전체가 환하게 켜져 있을 때도 똑같았어.
내가 빛난다는 건 깡그리 잊은 채,
남들만큼 밝은지
남들과 같은 방향을 비추는지만 신경 쓰고 있었어.
그러다 누군가 꺼져버리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수군대곤 했지.
그 위태로운 안도감을 온몸으로 내보이면서.
내가 꺼지고,
내 옆의 누군가가 꺼지고,
그 옆의 옆 사람이 꺼져도,
괜찮아.
조금 어두워지면 그뿐이야.
우리는 어두운 곳에서 도망치려고 빛을 키운 게 아니니까.
그저 어두운 곳과 친해지기 위해 빛을 빌려온 것뿐이니까.
순해질 대로 순해진 어둠에 익숙해지면,
관대해질 대로 관대해진 빛도 익숙해질 거야.
어느 밤에 툭, 하고 꺼져도 그냥 웃고 넘길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