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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Nov 04. 2020

이런 풍경으로 취합니다, 늘


이런 풍경으로 취합니다, 늘.


술집의 술을 몸에 부어 담고

몸속의 말들을 술집에 놓아둡니다.


낮에 회사 인사이동이 있었습니다.

밤에 모인 우리는,

적당한 축하와 더 적당한 위로를 주고받습니다.


화장실에 가려고 나온 골목,

인쇄소 문에서 조색(造色)이란 말을 봤습니다.

누군가는 기준을 가지고 색을 만들고 있었구나, 싶어서

안도가 됐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시야 속 사람과 술병과 이야기의 밀도가 묵직해진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풍경은 담깁니다.

애써 담고 오래 감아봅니다.


이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말을 해봅니다.

했어야 하는 말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했어야 하는 말을 그때 했더라도 달라질 게 많진 않았을 겁니다.

말의 힘은 꽤 과장돼 있다는 걸 압니다.


풍경이 하나의 색으로 몰려갑니다.

이내 다른 색으로 옮겨갑니다.

궤적은 남지 않고 하나의 색만 퍼집니다.

 

취기에 몸이 양 옆으로 흔들리는 밤,

우리는 변덕스러운 조색을 반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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