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외롭고 시간이 많아
그동안은 매일매일 빡빡하게 사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외로운 줄도 몰랐는데,
어느 순간, 그러니까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채워주지 못하는
빈 시간을 알게 되면서, 알게 됐어.
나는 외롭고 시간이 많다는 걸
그리고 다들 그렇다는 걸.
그래서 ('그런데'나 '하지만'이 아니라 '그래서')
다들 어떤 표정인지 살펴보고 있어.
어떤 느낌으로 외로움을 대하고 있는지,
그 외롭고 긴 시간을 어떤 자세로 버티는지.
내 표정을 보고
친구의 표정을 보고
가족의 표정을 보고
동료의 표정을 보고
지나가는 아무나의 표정을 살펴봐.
어쩌면 표정보다 걸음의 속도가
더 정직하게 사람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일단 표정을 살피고 있어.
난감한 눈썹, 지루한 입매, 초점을 오가는 눈동자,
당장이라도 씰룩 일 듯한 광대, 빨개질 듯 말 듯한 귓불,
미세한 흔들림을 자제하는 다문 이,
변하려다 멈추고 유지하려다 변하는
그 쓸쓸하고 무료한 표정들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하루 버티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외로움과 지루함을 구분해내면서,
새삼 다정해지자고 생각해.
내가 누군가의 끄덕임 한 번에 힘을 얻고
누군가의 말을 듣고 안심이 되듯이,
다들 그럴 테니까.
그 많은 시간을 버티려면
일정량의 친절함이 필요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