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난 너의 42%만 맘에 들어.
그런 거 같아. 아니 그래. 맞아 확실해.
소개를 받아서 만난 자리,
많은 얘기를 나눴어.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군지, 최근에 본 영화가 뭔지,
가족들과는 어떻게 지내는지, 인생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말 사이사이 시답지 않은 농담과 가벼운 웃음도 공유했지
마주 앉아, 서로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몇 시간 동안
여름 빛의 조도와 등장인물이 조금씩 변하는 창 밖 풍경을 바라보는 중간중간,
너의 눈과 코, 앞머리, 귀를 살펴보고 니가 입은 옷의 여기저기에 시선을 뒀어.
그리고 니가 어디를 신경 쓰고 나왔는지를 잠깐 생각했어.
만나기 전에 서로 기대함직한 예의에 대해 고민하고,
만나고 나서는 어색함을 가까스로 처리한 후였어.
만족스럽진 않지만, 꽤 서로에게 집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
42%의 너는 매력적이야.
대화는 지루하지 않았고, 대화 속에 드러난 너라는 과거는 흥미로워.
처음 본 사람을 대하는 너의 태도는 어른스럽되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어.
현재에 대한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확신도 너의 장점이야.
그런데 58%에 대해서는 고민이야.
58%의 너는, 나와 많이 달랐거든.
취향이 같아야 한다는 고루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니야.
내가 너의 관심사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안 생겨.
내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들이 너의 우선순위라는 사실이,
내가 노력을 해서 들여다봐야 하는 것들이 너를 편하게 하는 것들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워.
난 그 간극을 좁히려 애쓰고 싶지 않아. 지치기 싫거든.
이기적인 얘기야. 그리고... 이기적이라는 게 그리 미안하지 않아.
이타를 가장하다가 나중에 미워하게 되는 거보다는 낫겠다 싶으니까.
다시 한 번 만나야 할까, 짧게 고민했어.
하지만, 58%가 계속 눈에 밟히네.
42보다는 58이 더 큰 숫자라 그런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