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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닝 Jan 25. 2022

명문대생 김군은 왜 대기업을 포기했나?

산업화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갈등

대한민국은 변했다


7,80년대 대한민국이 본격적으로 상승가도를 달리던 고성장 시대를 살아온 부모님은 내가 명문대에 들어가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바라셨다. 어렸을 때부터 뭐 하나 반항하는 점이 없어 주변 어른들에게 착하다는 소리만 수없이 들어온 나는 부모님의 기대대로 명문대 진학을 위해 노력했다. 하나 부모님 뜻대로 안 된 거라면 유전공학연구원이라는 내 꿈이 너무 확고해 의사가 되길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거? 1년 늦긴 했지만 다행히 이공계 명문대에 입학했고 난 그대로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따고 연구원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21살, 내가 맞닥뜨린 현실은 듣던 것과 너무도 달랐다. 명예를 위해 연구원이 되고 싶었지만 기본 석사는 따야 하는 생명공학의 현실을 생각하면 아무리 빨라도 경제활동을 30살이 넘어 시작해야 했다. 자대 대학원을 가면 소정의 생활비가 나오지만 얼마 안 되는 돈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미래가 불안해졌다.


난 그저 결혼이 하고 싶었다

기성세대는 우리 세대를 N포 세대라 불렀다. 결혼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포기한 채 산다고 했다. 처음에는 3포 세대에서 시작해 나중엔 7포 세대, 9포 세대라고 불렀다. 나는 결혼이 하고 싶었다.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먹고 자고 싶었다. 그렇지만 또 가난하게 사는 건 싫었다. 돈이 없어 작은 빌라에서 아끼고 아껴가며, 내 아이 장난감 하나 사는데도 손을 벌벌 떨어가며 살고 싶진 않았다.


결국, 난 결론을 내렸다. 돈을 벌자! 우리 부모님의 바람대로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대기업에 취직한다는 게 아니었다. 그러기엔 돈을 벌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만족할만한 봉급을 받기도 어려웠다. 나는 유튜브와 인터넷 검색으로 돈 버는 법을 닥치는 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20세기 대한민국은 유래 없는 고금리 시대였고 대학 진학자는 5%도 안 돼 명문대=대기업=성공의 고리가 잘 짜 맞춰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동시에 배신감을 느꼈다. 명문대와 대기업만 들어가면 성공한다고 말하던 부모님과 기성세대에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공부만 잘하면, 아니 사실 공부를 딱히 잘하지 않아도 아무 회사나 들어가 적금만 잘 부어도 지방 아파트 정돈 쉽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대학 진학률이 70% 넘어가는 시점에서 그들을 모두 만족시킬 양질의 일자리는 없다. 여기서 요즘 젊은 세대의 비명이 튀어나온다. 기성세대가 하라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그들보다 더 노력해서 스펙도 쌓았는데 대기업에선 눈길도 주지 않는다. 우연히 눈에 띄어 취직에 성공해도 생각했던 직장과 전혀 다른 모습에 실망하고 다시 취업시장으로 나오기도 한다.


현재, 젊은이들의 절망은 시대는 빠르게 변했지만 어른 세대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답습해서 생긴다. 열심히 공부해 아무 직장이나 취직을 한 뒤 10년 꾸준히 모아서 내 집 마련과 동시에 결혼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인생인가? 그러나 현실적으로 2022년 어디 가서 그런 얘기를 했다간 돌팔매질당하기 십상이다. 21세기 태어난 아이들은 그런 환상적인 시대가 있었다고 생각조차 못할 거다. 즉, 부모세대처럼 살면 부모세대가 누린 부를 이루지 못한다. 자기 자식 안되라고 바라는 부모 없다지만 무지로 인해 자식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이 14년도에 나온 걸 감안하면 한국 사회의 변화는 오래전부터 감지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택했다. 이 말은 결국 국가를 운영하는데 '돈'을 최우선에 둔다는 소리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의무교육 9년, 통상 12년을 교육받는 동안 '자본'이 무엇인지를 전혀 배우질 않는다. 워렌 버핏이 왜 부자인 줄 아는가? 어릴 적부터 그의 아버지를 통해 주식과 자본에 대해 학습했다. 왜 계속해서 미국에서 훌륭한 벤처기업이 탄생하고 젊은 사업가들이 나오는 줄 안는가? 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자본과 시장경제체제를 잘 이해하고 가르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또 전통적으로 시간, 노동=돈이던 개념에서 벗어나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느냐가 돈으로 환산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생각해 보면 쉬울 거다. 대기업 임원보다 틱톡 스타가 돈을 더 많이 버는 시대다.


'돈을 벌어와야지 돈을!'


군대를 제대하고 알바도 하지 않고 집 안에만 쳐 박혀 있는 나를 어머니는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항상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내게 집에서 노는 애가 뭐가 바쁘냐는 소리를 많이 하였다. 당시 나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는데 모두 수익은 나지 않았다. 나로서는 당장 돈은 못 벌어도 미래에 나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줄 기반을 만들어야 했고 그렇게 선택한 것이 언택트 시대의 SNS였다.


아주 귀여웠던 첫 달 티스토리 애드핏 수익


처음 수익이 난 매체는 블로그였다. 티스토리 블로그로 96원의 수익이 났었는데 나는 내 노력의 결실을 봤단 생각에 기뻐 바로 어머니에게 보여줬다. '이런 걸로도 돈이 벌리니?', '요즘은 이렇게 돈을 버니?'와 같은 소리를 기대했지만 어머니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96원? 나 참 지금 장난하니?' 어머니는 96원을 누구 코에 붙일 거며 이런 거를 할바엔 나가서 일을 하라 했다. 여느 기성세대와 같이 우리 부모님도 노동력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첫 주문이 들어오고 바로 두 번째 주문이 들어와 들떴던 기억이 난다

후에 나는 돈 버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하면 월 천은 그냥 번다고 유튜브에서 홍보하는 해외구매대행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며칠 동안 꾸준히 올리다 보니 문득 하나가 팔렸다. 나는 이번에도 기쁜 마음에 어머니에게 보여줬다. 내심 어머니가 본인의 가치관을 포기하고 나를 인정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 이렇게 한, 두 개 팔아서 언제 돈을 버냐는 소리였다. 개구리가 되기 전 모두가 올챙이 시절이 있음을 어머니는 몰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20대의 반환점을 도는 이 시기에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급성장을 이룬 시기도 있고 오히려 도태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시기도 있다. 군 전역 후 본격적으로 돈에 목숨 걸긴 했지만 사실 그 전에도 자면서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 구축에 큰 관심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말하면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친구들은 섣불리 뜻을 같이 하지 못했다.


내가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험난했듯이 당신이 지금 내 글을 보고 바뀌기로 결심했어도 당장 눈앞에 성과가 없어 좌절할 것이다. 나도 바로 가능하다는 여러 유튜버들과 강사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으면서 수없이 좌절했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장담하겠다. 당신이 지금 즉시 침대에서 일어나 운동을 하든 영어 단어를 외우든 생산적인 활동을 한다면 내일의 당신은 분명히 오늘의 당신과 다를 거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다 어느 순간 확 빛을 볼 때가 올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은 다르게 생각하면 아무 일이나 뭐라도 하면 어떤 일이든 일어난다는 거니까. 그게 내가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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