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와 나
"아, 또 나이 먹었어. 이제 반 오십이야."
최근 친구들을 만나면 똑같이 듣는 이야기다.
20살이 되고 재수를 해야 된다는 사실에 절망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군대도 전역하고 20대의 절반을 보냈다.
친구들과는 다르게 나는 25살을 고대하면서 살았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군대를 전역하고도 바로 학교에 복학하지 않은 건
조금이라도 기반을 다져놓고 25살을 맞이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25살을 고대한 이유는 가수 아이유 때문이었다.
그녀는 노래에 자신의 나이를 넣어 그 연령에 맞는 고민을 가사에 잘 녹여냈다.
25살에 만든 팔레트에서는 23살에 했던 방황에서 벗어나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적어도 내 눈에는 말이다.
그때부터 나는 25살은 성숙한 나이. 진정한 어른이 되는 나이라 생각했다.
내가 이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버틴 건 25살이 되고 싶어서였다.
어느덧 나는 25살이 되었다.
아이유는 20대의 마지막에서 라일락 앨범을 통해
자신의 찬란했던 20대를 돌아보며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게 참 놀라웠다.
항상 20대를 그리워하고 자신의 젊은 날의 나태함을 후회하는 사람들만 봐왔는데
아이유는 20대를 즐겁게 떠나보내며 다가올 30대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나의 20대는 어떻게 될까?
확실한 건 전반전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재수와 군대만으로 3년이 날아갔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 모든 걸 놓아버릴까도 했었다.
축구로 치자면 전반전을 0대3으로 끌려가는 암울한 상황.
전반전에 풀리지 않았던 점들을 분석해 반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
돌이켜 보면 20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르다.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에 갔다는 사실도 다르지만
많은 걸 보고 듣고 생각하는 힘을 길렀다.
간단한 영상쯤은 만들어 유튜브에 올릴 수도 있고,
인스타 사진 계정을 운영하며 소수지만 내 작품을 좋아해 주는 분들도 있다.
부끄럽지만 얼마 뒤면 내 인생 첫 책이 출판되기도 한다.
결과는 0대3 이지만 초반 10분에 3골을 먹혔을 뿐 그 뒤로는 대등한 경기를 했다.
후반전, 나는 달려나갈 준비를 모두 끝마쳤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은 원인들을 분석했고 파훼법을 찾아 나섰다.
전반전에 골대를 수없이 두들겼다면 후반전엔 골을 넣어야 할 때이다.
나는 내 20대의 후반전을 브런치에 기록할 생각이다.
아직은 보잘것없고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지금을 발판 삼아
나도 20대의 마지막에서 현재를 돌이켜보며 잘 버텼다고 장하다고 말하고 싶다.
25살의 시작점에 서서 앞을 바라보고 있는 내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