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어닝 Feb 27. 2022

그렇게 작가가 되었다

나의 오랜 꿈

지난 6주간 나를 괴롭히던 문제가 해결됐다.

하루 12시간도 넘게 타자를 두들기며 헛구역질까지 나던

아주 고약한 일이었다. 글쓰기 말이다.


작년 6월 말, 전역을 한 나는 복학까지 8개월 정도를 남기고 한 가지 다짐을 했다.

'화려한 25살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자!'

한 가지 한 가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적었다.

작곡 배우기, 춤 배우기, 인스타 사진 계정 운영하기 등등

몇 가지 적어 내려가다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타자를 멈췄다.


'나만의 책 출판하기'

글쓰기는 내 생각에 아주 지적이고 품위 있는 고등 활동이었다.

글을 쓰는 내 스스로를 멋있게 생각했다.

전업작가를 꿈꾼 적은 없지만 등단한 사람들을 보면 저 너머에서 알 수 없는 빛을 보곤 했다.

부끄럽게도 내가 처음 막 끄적였던 소설도 당시 내가 좋아했던 '그녀'를 주인공으로 했다.

소심했던 나에게 글은 내 마음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매체였다.


글 ego에서 진행하는 글 쓰기 프로젝트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계속해서 미룰 뿐이었다.

이번에도 글쓰기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한동안 등한시됐다.

아니, 사실은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오만에 빠져 브런치에 내 글을 써 내려갔다.

그렇지만 세 번의 작가 신청에서 브런치는 나에게선 특출난 점을 볼 수 없다며 거절하였고

글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을 친 나는 순순히 포기했다.


아예 다 놓아버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앞서 말했듯이 글쓰기는 내 마음을 표현함과 동시에 허례허식을 완전히 채워주는 자기만족형 활동이었다.

글쓰기로 떨어진 자존감을 역설적으로 글쓰기로 채우기로 했다.

'아름다운 25살을 위하여, 위대한 25살을 위하여'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내 신조에 따라

작가 되기 신청 버튼을 눌렀다.


아마 나 혼자서 출판하려 했다면 아무리 생돈이 많이 들어갔어도 경험한 셈 치고 바로 포기했을 거다.

글 ego 책쓰기 프로젝트는 나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책을 완성하는 형식이라 분량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지만

반대로 내가 글을 완성하지 못하면 모두의 책이 출판하지 못하므로 '완성'에 대한 부담감은 더 컸다.

매주 마감기한 때마다 노트북을 켜고 손만 바삐 움직였다.

'일단은 분량은 채우고 보자'라는 게 내 의견이었다.

작가님이 피드백을 통해 어느 정도 수정을 해주시고 나아갈 방향을 짚어주시니 퇴고는 뒷일이고

어설프더라도 완성을 하기로 했다.


원고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마지막 날이 돼서는 도저히 글을 다시 읽을 정신력이 남아있지 않아서

맞춤법이나 오탈자 검토만 하고 제출했다.

부족함이 많은 글이다.

그래서 나에게 작가라는 호칭이 가당키나 한지 의문이다.

등단하신 분들이 나를 보면 네가 뭔 작가냐고 한 소리 할 것만 같다.


예전에 책에서 읽었는데 한 여행가가 외국에서 자신을 시인이라 말하는 남자를 만났다고 했다.

여행가가 어떤 시를 썼냐 물으니 시인은 출판도 안 된,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말하며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이 작가고 낚시하는 모든 사람이 어부 아니겠냐.는 대답을 들었다 한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맥락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가슴에 하고픈 말 한마디씩 담고 사는 우리는 모두가 예비 작가가 아닐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냈고 부끄럽지만 그렇게 작가가 되었다.

글 ego 글쓰기 프로젝트에서 나와 함께 책을 완성한 동료들과 작가님

작가의 이전글 25살의 시작에 서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