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적이 뭘까
천재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에디슨의 명언으로 잘 알려진 "천재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와전되어 노력만 하면 천재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안다. 에디슨은 모두에게 노력의 가치를 알려준 것이 아닌, 천재로 태어난 자들의 우월감을 노래했을 뿐이었다.
나는 지금 여기서 글을 연재하고 있지만 사실 내 전공은 생명공학이고 지금도 대학을 다니고 있다. 거기다 과학 특성화 대학인지라 주변 대부분의 동기와 선배들이 대학원을 진학하고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다. 내가 학교를 떠나온 이유를 돈 때문이라 밝혔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었다. 정말 돈을 벌고 싶었다면 부모님 몰래 자퇴를 해서 제대로 내 사업에 시간을 쏟아부으면 됐다. 실패가 두렵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처럼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몇 번을 실패해도 되는 일을 하면 됐다. 그러나 나는 학교를 떠나지 못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 이유를 나 스스로도 미련이 남아서라고 판단했다. 재수까지 하며 대학에 들어가 내가 원하는 공부를 시작했지만 주변에서 벌써 치고 나가는 동기들을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니었던 게 아닐까?' 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인간관계와 집안일까지 겹치며 혼돈의 2학년을 보낸 나는 돌연 군대로 도망쳤다. 전문연구요원이 되어 군 대체 복무를 할 생각이었지만 과연 내가 대학원까지 가고 앞으로 수십 년을 공부를 하며 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결국 군대에서 <부의 추월차선>을 읽은 돈을 벌기로 결심했고 실패할 때를 대비한다는 명목하에(이것 또한 변명이다.) 학교로 돌아왔다. 그렇게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학교 공부에 매진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한 달을 보내다 좋아하는 과학 유튜브를 몇 개 봤다. 언제나처럼 아인슈타인, 뉴턴, 스티븐 호킹 등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족적을 소개해 줬는데 문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대단했다. 너무 멋졌다. 과학은 이런 사람들이 하고 이런 사람들이 발전시키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 에브리 타임에 들어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들의 뛰어난 두뇌를 칭찬했다. 그들의 삶을 조명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문득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왜 그들처럼 되지 못했을까?' '내가 정말 뛰어난 과학자가 될 운명이었다면 이런 자잘한 시련에 좌절하지 않지 않았을까?' 그때부터 알 수 없는 울분에 휩싸여 글을 써 내려갔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없는대서 오는 회의감을 적었다. 마지막 문단을 적을 때쯤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문득 부끄러워졌다. 내 솔직한 심정이 다 까발려진 느낌이었다. 글을 지우려다 내 생각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이 궁금했다. 나는 글을 게재해 올렸다.
하루 정도 댓글이 달리는 걸 지켜봤다. 다른 게시물로 올라온 글의 댓글까지 합치면 거의 4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내 마음을 알겠다는 글도 많았고 왜 노력하는 자들의 삶을 깎아내리냐고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심지어는 우리는 최고 대학의 다니지 않기 때문에 최고를 꿈꾸는 건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일이라는 글도 있었다. 학우들의 다양한 의견에 부끄러워지기도 따뜻한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중 나를 울린 두 글이 있는데 하나는 아래에 적힌 글인데 소년의 어릴 적 꿈이라는 단어와 과학을 정말 좋아했다는 말이 너무 슬프게 와닿았다. 초등학교 시절 찰스 다윈과 같은 위대한 과학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내가 어쩌다 과학계를 떠날 생각까지 하게 됐는지 알 수 없는 벅찬 감정이 다가왔다. 그러면서 타임머신이 개발된 후 노벨상을 꿈꿨던 어린 나를 만나면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두 번째 글은 파인만이 노벨상을 탄 후 자신의 제자에게 보낸 편지였다. 파인만이 노벨 물리학 상을 수상하자 그의 제자 중 한 명인 코이치 마노는 축하 편지를 썼다고 한다. 파인만은 그에게 요즘 어떻게 사는지를 물었고 제자는 "XYZ에 대한 문제를 풀고 있어요. 별거 아닌 현실적인 연구 주제죠."라고 답장한다. 이에 파인만은 제자에게 가치가 있는 문제가 뭔지를 잘못 알려준 것 같다며 사과를 하고 "스스로 무명인지 되지 말아라."라고 남긴다. 그러면서 자신도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많이 연구했고 많이 실패했다고 밝힌다.
파인만의 편지에서 "네가 풀 수 있는 문제를 풀어라."라는 말이 나오는데 또다시 내 어릴 적 이야기가 생각났다. 처음부터 노벨상을 타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내가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첫 번째 계기는 TV에서 나오는 멸종 위기 동물들 때문이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져 가는 동물들이 너무 불쌍했고 그 동물들을 복원하고 싶었다. 그러나 커가면서 주류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다른 세부전공으로 위치를 바꿨다. 문득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파인만의 "네가 풀 수 있는 문제를 풀어라."라는 말이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눈물지었다.
에디슨의 말처럼 타고나지 않는 한 우리는 천재가 될 수 없다. 세상에 태어나 후대에 이름은 남기는 사람은 0.00001%나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천재가 되지 않고 위대한 사람이 안 되면 어떨까.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될 문제 아니겠는가. 나는 과학계를 떠날 거다. 하지만 그건 천재를 피해 도망치거나 현실에 벽에 가로막힌 게 아니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그 일에 내 삶을 걸어보고 싶어서이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나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말고 자신만의 인생의 플롯을 짜는 게 어떨지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