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나는 19년 차 류머티즘 환자다.
하고 싶은 스포츠는 많지만
내 몸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쪽 손목이 굳어 요가나 필라테스 중
손목으로 몸을 지지하는 동작은 할 수가 없고
손가락과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스포츠 클라이밍도 불가능 영역에 속한다.
생긴 것과 다르게 무릎도 약해서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처럼
갑작스레 뛰거나 멈추는 운동을 하면
무릎에 물이 차거나 갑자기 걷기가 어려워진다.
관절에 무리가 가면 안 되기에
줄넘기나 헬스장 무게 치는 운동도 불가능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수영, 자전거,
중강도 걷기 정도다.
운동을 안 하기에 너무 적절한 명분을
산더미같이 쌓아둔 채,
한동안,
아니 꽤 오랫동안 숨쉬기만 하며 지냈다.
간헐적으로 스트레칭은 했지만
운동이란 카테고리에 넣을 만큼
규칙적이지도, 에너지를 쓰지도 않았으니
사실상 운동량 제로로 살았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내 몸뚱이의 연비는
오래된 차처럼 뚝 뚝 떨어져
수시로 입에 무언가 집어넣어야 했고,
그 무언가는 대체로 빵, 떡, 과자 등이었으며
그 결과 지갑은 얇아지고,
두둑한 배를 얻게 됐다.
그렇게 종일 먹어댔지만
두 아이를 챙기며 살림하는 게
벅찰 만큼 에너지가 부족했다.
보통 이렇게 쓰고 난 다음엔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는 전개로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은 건강하고
탄탄하고 날씬한 몸을 갖게 되었다.‘
라고 나와야 하는데…
내 이야기에 그런 반전은 (아직) 없다.
나는 여전히
두툼한 팔, 다리, 배를 갖고 있다.
다만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땀이 날 만큼 빨리 걷기를 40분쯤 하고
저녁은 가볍게 먹는다.
’ 가볍다 ‘라고 해서 샐러드를 먹는 건 아니고
아이들 저녁 챙기며 그냥 조금만 먹는 정도다.
당분이 염증을 유발한다는 말에
의식적으로 단 음식을 줄여나갔다.
유튜브에서 스트레칭과 명상 중심의 요가를
틀어두고 20-30분가량 따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운동과 별개로
요즘 이 ‘명상’의 매력에 빠져가는 중이다.)
이것만 했는데도 한 달 만에 3kg가량 줄어들었다.
여전히 내 몸무게는 과체중과 비만 사이
그 어딘가를 헤매고 있지만,
생활습관을 하나 둘 바꿔가며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이제 주 3-4회 걷기에서 주 7일 걷기로
빈도를 높여가는 중이다.
한동안 바디프로필 열풍이 온 헬스장을 휩쓸었고
러닝이 대세 운동으로 자리 잡는 것 같은 요즘이지만
마이웨이.
내 속도, 내 컨디션에 맞는 운동을 하기로 했다.
아직도 출산 전 몸무게로 가려면 10kg이 남았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노화를 감안한다면,
10kg 감량한다 해도
그때의 몸이 되진 않을 것이다.
이미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버린 몸무게가 된 것!
안타깝지만 돌이킬 수 없다.
그저 건강하기만 하자는 맘으로,
오늘도 모자 챙겨 쓰고
에어팟 귀에 잘 꽂고
운동화 신고 현관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