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같이 흙 밟고 살면 좀 나아질까요?”
“도심지보단 낫겠죠, 제주도만 아니면 돼요.”
2020년 여름,
유난히도 장마가 길던 해였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아이의 아토피 피부염이
긴 장마를 거치며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다.
눈꺼풀, 볼, 귀, 팔, 다리, 손등, 허벅지, 엉덩이, 등, 전신의 피부가 붉게 변하고
햇빛화상처럼 껍질이 벗겨지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간 다니던 동네 피부과 선생님은
큰 병원 가면 조직검사도 가능하고
개인병원에서 쓸 수 없는 약을 쓸 수 있으니
가보라며 소견서를 써 주셨다.
한 달을 기다린 끝에 피부과 진료를 보게 됐고
아이 손등 살 일부를 떼어 조직검사도 했다.
그리고 다시 얼마가 지난 후
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을 찾았을 때,
중증도 아토피라는 진단과 함께
동네 병원에서 처방받던 항히스타민제와
연고 몇 개를 처방받았다.
그 자리에서 나는 의사에게 물었다.
“시골에 가서 살거나
주택으로 이사 가면 좀 나을까요?”
간절한 눈빛으로 물어봤으나
너무나 단호한 어조로
“도심지보단 낫겠죠.”
라는 답이 돌아왔다.
시니컬한 의사선생님의 태도에
내가 이 분을 믿고 함께 으쌰으쌰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표가 생겼다.
게다가 처방까지 같을 거면
굳이 힘들게 대학병원을 올 이유가 없었다.
같은 처방이라면
원래 가던 동네 피부과에 가도 되는지 물었고
그렇게 또 한 번의 소견서를 들고 병원을 나섰다.
약에서 별 차도가 없었기에
일상의 많은 부분도 함께 바꿨다.
피부에 닿는 화학성분을 최소화하고
가지고 노는 장난감, 옷 등도
하나하나 따져가며 들였다.
인스턴트와 설탕은 식단에서 없애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뒷산, 공원, 국립공원 등
나무와 숲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간헐적으로 가는 숲길로는 부족한 것 같아
평창에 작은 땅을 보러 다녔다.
공기 좋은 곳에서 5도 2촌,
아니 3도 4촌 이라도 해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소박한 예산으로는
멀쩡한 땅을 구할 수는 없었다.
운 좋게 찾는다 해도 아이가 학교에 진학하면
지속하기 어려워질 것 같았다
‘우리동네 근처에 마당있는 주택 없나?’
우리 예산 범위 내에서
남편이 대중교통으로 서울 출퇴근이 가능하며
학교가 도보권에 있는 곳
이 조건으로
주택들을 찾기 시작했다.
타운하우스라는 거리감 느껴지는 이름을 가진
소형 주택 단지들이 있기에 몇 곳을 보러 다녔다.
코로나 시국이기도 했지만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한 집, 한 집을 다 따로
약속을 잡고 집을 봐야해서 같은 단지라도
하루에 두 집 보면 많이 보는 편이었고,
더러는 하나 보는데도 시간대가 맞지 않으면
며칠이 걸린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여러 집을 돌아보며 특징을 정리했다.
첫 번째 집,
학교와의 거리가 너무 좋은데
옆집과 벽을 공유하는 형태고 마당이 없다.
두 번째 집
학교와의 거리 가깝고 작은 마당도 있으나
대중교통 타고 남편이 출퇴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첫 번째 집 보다 비싸다.
세 번째 집
두 번째 집과 가깝다.
작은 마당이 있지만 담이 없이
단지내 도로와 직접 맞닿아
아이가 놀기에 위험할 수 있다.
네 번째 집
마당이 있으나 학교가 다소 멀고
사람이 살지 않은지 좀 되어
곳곳에 곰팡이가 있으며 냄새가 난다.
도배비와 수리비 명목으로 약간의 네고 가능하다.
다섯 번째 집
세 번째 집 근처, 프라이빗한 마당이 장점이나
마당 끝이 옹벽으로 답답하다.
옹벽 위에서 침실이 보이므로
사생활 보호를 늘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여섯 번째 집
세 번째 집 근처,
거실과 마당이 같은 방향이 아니라서
거실이 담벼락 뷰고 빛이 잘 들지 않는다.
일곱 번째 집
초특급 확장타입,
웬만한 아파트보다 쾌적한 컨디션,
그러나 확장으로 마당이 없고
단지 깊숙한 곳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시 도보거리가 꽤 길다.
소형 타운하우스만 일곱 개를 봤지만
이거다! 싶은 집은 나타나지 않았다.
맘같아선
빈 집을 싹 수리해서 들어가고싶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사는 집을 팔고
매매대금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사전에 공사하고 수리할 여유가 없으므로
수리없이 바로 살 수 있는 집이여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동산 사장님이 급히 전화를 하셨다.
“어제 그 단지에
매물이 하나 나왔는데 보시겠어요?”
“집주인분 시간에 무조건 맞출 테니
최대한 빨리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오며 가며 위치가 가장 맘에 들었으나
매물이 없던 단지였다.
이 곳 매물 나오면 꼭 연락 달라 부탁드렸는데
그 연락이 온 것이다.
평일 낮시간,
아이와 둘이 집을 보러 갔다.
원하던 곳이였기에
눈에 띄는 큰 하자 여부만 살펴보고 나왔다.
그리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집이야. 일단 가계약 해야겠어.”
그렇게 우리는 첫 주택을 만났다.
여담이지만,
집 보러 간다는 연락만 받았던 남편은
갑자기 가계약 소식을 통보받았고,
집은 이삿날 처음 보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단지들 중
가장 좋은 위치로 잘 골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