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 : 바야흐로 도래한 마당 성수기와 불청객

by 까까멜리아

첫 계절인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새 학기가 되어 아이는 학교에 입학했고

마당 곳곳에는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들이 피어났다.


‘꽃 피는 봄’이 온 것이다.

그것도 내 집 앞 마당에.






날은 따스하고 꽃은 예쁜 이 시기를

나는 ‘제 1차 마당 성수기’라 부른다.


1차 마당성수기때 하는

가장 큰 일은 각종 모종을 구입하는 일이다.


코딱지만한 마당이지만

열심히 조닝(zoning)을 한다.


작은 마당이므로 극강의 효율을 위해

컴팩트하게 구성해야한다.


잔디는 보존하고,

나무도 보존하려니 남는 곳이 별로 없지만

쪼개고 쪼개어 올해의 작물을 배치해 본다.


이 무렵 가족회의 중한 안건은

올해의 작물은 무엇을 심을 것인가? 이다.


남편은 쌈채소파다.

상추, 치커리, 케일 등을 원하는데

그중 8할은 상추를 희망한다.


나는 열매채소파다.

방울토마토, 가지, 고추 등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그 색이 다채로운 채소를 좋아한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는 딸기를 골랐다.


가족의 의견이 모이면

주말과 오일장이 겹치는 날,

가급적 4월 중순이 왔을 때

모종구입을 위한 짧은 원데이 투어를 간다.


모종구입을 목적으로 나선 길이지만

잿밥에 관심 많은 우리는

비워간 배를 시장에서 살뜰히 채워온다.






첫 해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먼저 아이가 고른 딸기.

딸기는 사먹는게 최선이다.

집에서 키우는 딸기는

너무 작고 단 맛 보다 신맛이 강해

먹기가 어렵다.


조금이라도 당도가 있는 것들은

나보다 발빠른 다른 곤충, 새들이 선수쳐서

내 몫이 없다.


둘째는 방울토마토

방울토마토가 그렇게 크게,

덩굴로 자라는지 몰랐던 나는

이 아이의 성장속도에

매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고

여기저기 퍼저가는 덩굴을 보며

다음번엔 조금 넓은 곳을 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해 여름,

둘째를 출산하고 조리원에 있었는데

그 사이 방울토마토가 많이 달렸다며

남편이 신선한 토마토를 매일 아침 배달해줬다.


직접 키운 토마토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시중에 나온 토마토는 그 껍질이 두꺼워

입 안에 겉도는데 집에서 키우는 토마토는

사먹는 것 보다 작고 당도도 떨어지지만

얇은 껍질에 풍부한 채즙이 있어 입 안에 넣으면

그 상쾌함이 온몸에 전달되는 기분이다.


이 맛을 본 후에

토마토는 우리 가족의 필수 작물이 되었다.


셋째는 상추,

상추는 생각보다 부지런히 따 먹어야 한다.

안그러면 대가 금방 두꺼워지고 꽃이 피는데

꽃이 핀 상추는 이제 그 운명을 다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럴땐 다 갈아 엎고 다시 모종을 심는다.


쌈채소를 3년째 심어보니

상추는 여섯 모종이면 충분하고

당귀같이 독특한 쌈채소도 한두개 심으면 좋다.


여기에 부추를 추가로 심으면

휘뚜루마뚜루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


쌈채소는 노지에서 키우면 흙먼지가 많이 뭍으니

작은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키우면 먹을때 편하다.

다만 습한 환경에 달팽이가 창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열매채소,

가지와 오이처럼 크게 자라는 채소들은

잘 자라지 않고 병도 잘 걸렸다.

기대에 찬 작물을 결국 먹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왠지 쓸쓸한 마음이 든다.


‘농약을 치지 않고 키우는게 이리 어렵구나,’


이래서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 가격이

그렇게 비싼거구나 싶다.






거름과 비료를 주면 훨씬 수월하게 잘 자란다.


모종 심기 전,

바짝 말린 계란 껍질을 부셔서 거름으로

흙에 같이 섞어줘도 좋다.






수확하는 여름이 오기 전,

봄은 부농의 꿈을 안고

전통시장 투어를 가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작물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는 계절이다.


마당에 피어난 꽃과

나보다 먼저 자리잡은 나무들의

이름이 뭔지 알아보는 재미도 있다.


꽃잔디, 할미꽃, 맥문동, 앵두나무, 홍도화, 꽃사과

지금까지 내가 알아낸 우리집 마당 꽃과

나무의 이름이다.






안타깝게도

제 1차 마당성수기의 끝은

꽃가루와 함께 시작된다.


단지 전체에 날리는 송화가루는

꽃가루 알러지가 없는 나까지도 재채기를 하고

눈을 따갑게 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가졌다.


진지하게 소나무를 없애버릴까도 생각해봤으나

우리집 나무 한그루 베어낸다고

사라질 송화가루가 아니기에 참기로 했다.


꽃과 모종으로 얻은 설레임과 행복함 이후

시간차 공격 들어온 꽃가루까지

마당라이프의 단맛과 매운맛을 보고 나면

비가 내리고

그 비에 쌓여있던 꽃가루가 모두 쓸려갈 때 쯤이면

문 밖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 왔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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