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을 : 풍요롭게 놀고 뒤 돌아보지 말자.

by 까까멜리아


아이들은 소풍 가고

어른들은 단풍놀이 가는 것을 보면

가을은 사계절 중

가장 놀기 좋은 계절임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가을에 수확할 그 어떠한 작물도 없지만

나는 이 시기를 ‘제2차 마당 성수기’라 부른다.






봄에 꽃이 있다면 가을엔 단풍이 있다.


우리 집 전 주인분은

집 옵션은 플레인으로 하시되

마당에 심은 나무와 꽃들은

색 조합을 신경 써서 하셨던 게 분명하다.


집 거실에 대자로 누워서도

봄에는 다채로운 색의 꽃을 보고,

가을에는 예쁜 단풍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같은 시간임에도 여름은 빠릿빠릿하다면

가을은 한없이 여유롭고 늘어진다.


이래서 살이 찌는구나.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가을이 오면 아이들은 마당에서 오래 논다.


아버님이 만들어주신 그네도 함께 타고

중고로 사 온 미끄럼틀도 신나게 탄다.


줄넘기를 하고 훌라후프도 돌렸다가 말도 탄다.


트램펄린, 해먹, 시소 …


작은 마당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차는 시기다.

그 와중에 작은 텐트도 한편에 펼쳐둔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나 역시 그 안에 벌러덩 누워있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가을엔 함부로 일어나거나 앉아있지 말고

이렇게 게으르게 놀며 보내는 게 최고다.






우리 집은 타운하우스로

옆집, 뒷집, 앞집이 모두 있는 단지형 주택이다.


가을이면 집집마다

마당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대체로 그 모습이 비슷하다.


사람을 초대하고

고기를 구워 먹고

술 한잔 하며 논다.


주말 저녁이 되면 여기저기서 피운 숯불향에

이곳이 캠핑장이나 펜션

그 사이 어디쯤 되는 것 같다.


1년 내 묵혀두던 우리집 바비큐통을

정비하는 시기가 딱 이맘때다.


새 숯과 장작을 준비하고 불을 피운다.


그 위에 반짝이는 석쇠를 올리고

굵은소금 톡톡 뿌린 두툼한 목살을 굽기 시작한다.


소시지와 버섯이 빠질 수 없으니

푸짐하게 올려 맛있게 굽는다.


작은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상추 한 장에

김장김치 하나 얹고

불향 입은 목살 얹어 입에 넣고 꼭꼭 씹어먹는다.


고기가 목구멍을 통과할 때쯤

시원한 맥주 한모금 마시면,


‘크~! 인생 뭐 있나,

행복이 별 건가,

이렇게 가족들이랑 맛난 거 먹으면

성공한 거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고기 먹는 속도가 떨어질 때쯤

햇 고구마를 포일에 싸서

숯 사이에 밀어 넣는다.


고기는 먹는 둥 마는 둥 놀던 아이들도

달려와 호호 불며 먹게 만드는 맛이다.






이렇게 먹고 마시고 놀다 보면

짧디 짧은 가을이 저물어가는데

그럼 즐겁게 논 값을 노동력으로 치를 시간이다.


마당에 있는 온갖 나무에서 낙엽들이 떨어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신나게 긁은 카드값

청구서를 받아 든 기분이 든다.


분명 별로 크지 않은 나무인데,

나는 지난 여름

이 나무의 그늘을 누린 기억이 전혀 없는데도,

낙엽은 숭숭숭 무수히도 떨어진다.


심지어

‘이 나무에 이렇게 잎이 많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낙엽은 치우지 않고 두면 알아서 거름이 되고

그 거름은 자연스레

다음 해 작물을 잘 자라게 하는,

인간의 노동력이라곤 1도 필요하지 않은

자연의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단언컨대,

그건 산속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그런 말이 있다.


낙엽을 쓸 때는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고.


만약 돌아본다면, 기껏 쓸어 온 길이

다시 낙엽으로 덮인 모습을 보게 될 테니.


낙엽은 그 정도로 지속적으로 많이 떨어진다.


텃밭 비스무레한 화단에 잔뜩 떨어진 낙엽은

장갑을 끼고 모두 주워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쪼그려 앉아 그걸 치우는 일이 귀찮게 느껴지자


‘손 말고 기구를 쓴다면 조금 편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겨울철 나의 잇템이 넉가래였던 것처럼

올 가을에 나는 갈쿠리 장만을 목표로 두고 있다.


풍요롭게 먹고 놀고

낙엽까지 모두 정리가 되고 나면

또 한번 계절이 바뀐다.


겨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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