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까멜리아 Sep 17. 2023

9월 13일 수요일

지난 여행 무릎사건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내 몸 상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류머티즘 진단받은 지 19년째 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매일 약을 먹는 것,

컨디션 나쁘면 휴식, 괜찮을 때 활동하는 것 들은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것보다 내겐 일상이었다.


당시 우연히 찾은 정형외과 선생님이

마침 오랜 경력에 친절한 분이었고,

그분께 내 무릎과 발 뼈 사진을 기초로

상세한 설명을 들은 덕분에 현재 내 몸 상태가

어떤지 비교적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이제 정말 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흔히 하는 다이어트 결심이 아니라,

남은 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생존이 걸린 다짐이었다.


책에 나온 바로 그것!


‘도파민 리모델링’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의 영향으로

우리는 당분을 더 찾고, 덜 움직이는 등

건강에 해로운 방향으로 쉽게 길들여진다는 것인데

이것이 노화를 가속화하고

각종 만성질환을 야기하며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사실 도파민이고 뭐고 그런 단어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지금까지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의 필요성을 느꼈고

실행하기로 맘먹었을 뿐,


한 가지 습관을 몸에 익히기까지

최소 3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나는 의지가 솜사탕처럼 가볍고

쉽게 녹아내리는 사람이므로

3주간이라도 매일 기록을 남겨보기로 했다.

기록을 동력 삼아서라도 변화하고 싶다.

아니, 변화해야만 한다.


우선 나는 염증에 안 좋다는

초가공식품과 단순당을 끊어보기로 했다.

당장 운동을 시작할 몸 상태가 못되니

식습관 개선과 일찍 잠자리에 들기 정도가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하루 중 어느 포인트에서 자극적인 음식이나

당분을 찾는지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침 기상 직후,

아이들과 남편의 간단한 아침을 준비하는데

이 때는 무언가를 먹지 않는다.


오히려 빈속에 마시는 커피가 문제가 되겠지만

아메리카노 한 샷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출근, 등교, 등원이 순차적으로 끝나면

그때부터 밀린 허기가 찾아와

이것저것 마구 먹어대기 시작한다.


특히 집에 있는 과자, 빵, 쿠키류를 먹는 편이고

소금빵, 소시지빵 등을 커피와 함께 사 와

함께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고리부터 끊어보자.


먹는 생각이 나지 않게 오늘은 편의점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만 한 잔 사 들고 왔다.

(아예 빵집을 가지 않았다.)


시원하고 쌉싸름한 커피가 들어가자

고소하고 달콤 짭조름한 빵이 먹고 싶었다.

이건 무슨… 개도 아니고…

아이스아메리카노 조건반사가 빵이라니…


가만히 있다가는 무언가 먹게 될까 봐

건조기 위에 쌓아둔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약봉지, 약통, 약, 약, …

약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건조기 위도 정리하고

밀린 설거지까지 해치우고 나니 11시가 조금 넘어

아점을 먹기로 했다.

현미밥을 먹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아침에 아이들 먹고 남은 백미밥을 꺼내 데웠다.

그리고 각종 나물들과 고추장아찌와 함께 먹었다.


후식으로 아침에 사 온 커피 남은 것을

마저 마시는데 또 단 게 생각났다.

아몬드를 반 줌 꺼내 우적우적 씹으며

산더미같이 쌓인 빨래를 갰다.


빨래를 다 개고 화장실 청소까지 마치자

몸속에서는 당분을 내놓으라 난리인 것 같았다.

급한 대로 보리차를 한 잔 마셨다.

조금 가라앉는 것 같기에 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냉동실에

하나 남은 붕어싸만코를 꺼내 먹고야 말았다.

맛있어서 후회는 없었으나,

이제 다시 사서 쟁여두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가만히 앉아 책을 볼 때 무언가 먹으며

보는 습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둘째를 픽업 가는 길,

바닐라라테가 너무 마시고 싶었으나

찐한 카페라테로 타협했다.

우유에서도 단맛이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첫째 픽업까지 남은 1시간여,

평소 같았으면 집에 가서 둘째 간식 먹이며

함께 먹거나 카페 등으로 갔을 테지만

오늘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주차하고 아이와 책을 고르고 나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저녁은 감자조림과 점심에 먹고 남은 나물,

분홍소시지부침을 흑미밥과 함께 먹었다.


후식은 오렌지.

과일도 당이 높지만 우선 가공식품을 줄이는 게

1차 목표이니 이번엔 먹어도 된다며 합리화했다.

이제 마지막 관문!

잠들기 전까지 물만 마시자.




육퇴 후 남편과 나란히 티비 앞에 앉았다.

아니 각자 편할 대로 널브러졌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나는 솔로’를 보며 남편이 맥주와 과자를 깠다.

이런……


이번 기수는 특히나 재미있어서

나도 잠을 미루고 함께 보는데

재미난 프로그램과 함께하는 과자와 맥주라니…

참기 힘든 조합이었다.


그러나 나는 먹지 않고 버텨냈다.

첫 날부터 시작이 훌륭했다.


장하다!!! 잘했다!!! 내 자신!!!

매거진의 이전글 9월 12일 화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