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까멜리아 Sep 17. 2023

9월 12일 화요일

맑음

홍콩 가족여행 4일 차이자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첫째 아이 생일 기념이자,

둘째가 태어나고 가는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고,

엔데믹 이후 처음 타는 비행기 등

겸사겸사 말 붙일게 유난히도 많은 여행이었다.


작년 첫째 생일은 코로나 감염으로 격리하느라

이렇다 할 축하도 못하고 지나갔기에 올해

큰맘 먹고 아이들과 디즈니랜드에 가기로 했다.


아이들을 위한 것이긴 했지만

30여 년 전 일요일 아침 8시

디즈니 만화동산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소환되며 더없이 설레고 기쁨으로 가득한

여행준비였다.


여행 며칠 전, 홍콩에 138년 만에 물난리가 났다.

걱정스러웠지만 관광지 대부분은 익일부터

정상영업하기에 곧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출발 전날 저녁,

나는 무릎을 펼 수 없을 만큼의 강한 통증으로

당장 한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다.

첫 출산 후부터 잦을 땐 해마다,

아니면 몇 년에 한 번씩은 겪어온 일이었다.


처음엔 놀라 정형외과, 통증의학과, 한의원까지

온갖 병원을 다 찾아다녔으나,

설명하기 힘든 통증의 시작과 상태로 인해

이렇다 할 진단도 받지 못하고

물리치료를 제외한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걷지 않고 사나흘, 길면 일주일정도 지나고 나면

괜찮아졌다.


바로 그 증상이,

하필 여행 전 날 저녁에 나타난 것이다.


통증으로 인한 아픔보다 가족 모두에게 미안했다.


어쩔 수 없으니까, 남편에게 첫째만 데리고

다녀오는 건 어떻겠느냐 물었지만

말도 안 된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남편의 마음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온전히 우리 가족 모두가 가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저런 걱정과 통증으로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날이 밝았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영종도의 한 정형외과에 들렀다.

뭐라도 처치를 받으면 나을까 싶어서라기보다는

목발이라도 구입하자는 마음에서였다.

급히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를 봤는데,

내가 생각했던 무릎 반월판 손상은 아닌 것 같고

류머티즘 염증이 심해져 그런 것이라 했다.


무릎에 소염제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는 동안

팔에 링거로 소염제 주사를 한번 더 맞았다.

그리곤 5일 치의 진통소염제와 파스를 들고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그렇게 이번 여행은

휠체어를 빌려 타고 지팡이를 짚어가며

보낸 시간들이었고

오늘은 그 여행의 마지막 날인 것이다.


다행히 5일 차에 접어들며

무릎의 상태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무릎보호대를 해야 하고

많은 거리를 걷기는 어렵다.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책 한 권 못 챙겨 온 나는

비행기모드 휴대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뒤적이다가 한 달도 더 전에 구입해 둔 e-book을

읽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도파민 리모델링’


순간 머릿속이 번뜩였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바로 이거다.

도파민 리모델링!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