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다가 비
토요일 아침 여덟 시,
나는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시간
둘째가 다가와 소곤소곤 얘기했다.
“엄마, 맘마 주세요. “
자식의 배고프단 소리는 너무나 강력해서
벌떡 일어나 손에 바나나부터 쥐어줬다.
우선 이거라도 먹고 있어.
오늘 아침은 외식하는 날이다.
스타벅스로 향했다.
스벅으로 간 이유는 단순했다.
지금 스벅은 디즈니콜라보 중이다.
평소라면 별 관심 없었을 테지만 우린 디즈니랜드에
다녀온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한번 가서 미키미키한 브런치를 먹어보자!
그러나 막상 가서 보니 먹을 것들은 모두
달콤한 것 들뿐이었다.
‘뭘… 먹어야 하지?’
남편은 미키가 뿌려진 크림커피를 시켰지만
나는 가져간 텀블러에 아아를 마셨다.
그리고 치킨샌드위치 반개!
빵이 통밀이라면 더 좋겠다 싶었으나 역시 흰 빵이
부드럽고 고소하고 맛있다.
집에 오는 길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살벌한 물가 속에서 매의 눈으로 필요한 것들을
집어 담았다. 계란, 두부, 고등어, 삼겹살, 그리고
생 닭 한 마리.
점심은 첫째 주문메뉴, 닭죽이다.
닭 손질을 하며 껍질을 벗겨내고 기름을 제거한다.
오래전부터 닭백숙은 이렇게 해 먹었더니 아이들이
외부 닭백숙은 느끼해서 잘 안 먹는다.
어허… 입맛이 잘못 길들여졌구나.
내가 잘못했네…;;
압력솥에 닭과 대파를 넣고 칙칙 삶아낸 후,
닭 살을 발라낸다.
장갑을 끼고 닭 살을 발라낼 때는 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엄마는 커다란 쟁반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닭을 두고 살을 찢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서 닭 살을 소금에 콕콕 찍어 입에
날름 넣고 먹었다. 벌써 30여 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닭 살을 발라낼 때면 늘 그 순간이 떠오른다.
잘 발라낸 닭살은 다진채소와 밥을 함께 넣고
다시 한소끔 끓여내어 그릇에 담는다. 그 위로
소금, 참기름, 통깨 솔솔 뿌려 내어 주면 완성!
8호 닭 한 마리면 남편과 아이 둘, 한 끼 뚝딱이다.
나는 닭백숙은 선호하지 않아서
어제 끓여둔 청국장 먹었다.
저녁은 엄마아빠를 만나 삼겹살 구워 먹고,
엄마가 만들었다며 주신 길거리 토스트!
맛만 본다는 게 반 개나 먹었다.
역시 엄마의 음식은 위험하다.
저녁을 너무 무겁게 먹은 것 같지만 부모님과의
식사에서 이 정도면 선방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부터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인별그램에서 누군가 저탄고지 식단 3개월에
자연스레 5kg이 감량됐다고 써 둔 피드를 봤다.
은근히 욕심난다.
초가공식품, 당 높은 식품 안 먹기와 더불어
저염식과 탄수화물 줄이기도 추가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