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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까멜리아 Sep 18. 2023

9월 15일 금요일


정기적으로 가는 류마티스내과 방문일이다.


진료 두 시간 전 피검사를 해야 해서,

일찍 일어나 대충 씻고 옷을 입고 병원부터 갔다.

다행히 병원이 집 근처라 30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채혈하고 병원 지하매장에서

아침으로 먹을 것들을 샀다. 오전 7시 조금 넘은

이른 시간이라 문 연 곳들은 빵집뿐이다.

빵 줄이는 빵순이에게 정말이지 곳곳이

유혹 투성이다.


첫째가 좋아하는 베이글과 크림치즈,

둘째가 좋아하는 빵을 사고

남편과 나눠먹을 통밀샌드위치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순조롭게 먹고 남편 출근, 첫째 등교, 둘째 등원까지

순차적으로 마친 뒤 다시 병원에 들렀다.


내가 가는 진료과는 예전에는 50대 이상의 장년,

노년층이 주를 이뤘는데 언젠가부터 내 또래,

혹은 나보다 어린 사람들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2030 세대의 가속노화와 만성질환 증가가

눈에 보이는 순간들이다.


병원 대기시간에는 주로 책을 읽거나,

사람들 구경을 한다.

맞은편 의자에 일렬로 앉아서 핸드폰에 심취한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움직이지 않는 지하철에

앉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쿠 추쿠 추쿠 추쿠

생각의 꼬리를 물고 잡생각들을 많이 했다.


진료 보기 전부터

오늘의 검사 결과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역시나, 약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현재 나는 조절이 잘 안 되는 상황으로 염증 수치가

높으니 이번엔 약 용량을 올려야겠다고 했다.


반 알씩 먹던 스테로이드가 한 알로 늘었다.


속상하지만,

이런 날도 있고 괜찮은 날도 있는 법이다

생각하며 맘을 다스려본다.


정말 가공식품을 먹지 않아야겠다.

점심으로 어제저녁에 해 둔 카레 남은 걸 먹었다.


자연식에 대한 책을 좀 찾아봐야겠다.


스테로이드 반 알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무릎이 한결 나아졌다.

더불어 기분도 점점 나아져간다.


저녁은 청국장 끓여 비벼먹었다.


저녁을 끊(?)으면 몸도 가벼워지고 좋을 것 같지만

나는 아직 저녁밥에 미련이 커서 육아 중에도

밥은 꼬박꼬박, 잘, 챙겨 먹고 있다.

육아하느라 밥을 못 먹어 살이 빠진다는 분들,

정말 대단하다.

나는 밥심으로 육아한다.


아침 일찍부터 바삐 움직인 하루였다.


그래도 남편이 퇴근길에 들고 온 호두과자도,

아이들 간식으로 사 둔 식혜도

단 한입도 먹지 않고 참아낸 오늘의 나,

셀프 궁디 토닥해줘야지.


기특해, 기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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